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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 이름이 나온 김에 사기꾼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사기’라는 단어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사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우리 형법에서 사기죄(347조)는 ‘사람을 기망(欺罔)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같은 방법으로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범죄’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을 속여 남의 돈을 빼앗은 행위가 사기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말이 넘쳐 흘러 남의 말을 믿을 수 없는 기형적인 사회가 되고 말았다.
조희팔! 단연 ‘단군 이래 최대의 사가꾼’이라 할 만한 사람이다. 그가 사망했는지 여부도 아직판가름 나지 않을 정도다. 꾼의 단계를 뛰어 넘은 사람이랄 수 있다.
조희팔(1957년~2011년?)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의료기기 대여업을 벌인다는 피라미드 업체 10개를 차린 후 주로 여성, 노년층을 상대로 투자를 하면 연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5만여 명으로부터 무려 8조원을 투자받아 그 중 2조원 이상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줄 이자를 나중에 참여한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으로 약속대로 지급하는 수법으로 단기간에 엄청난 투자자를 모았다. 사기 액수도 액수지만 피해자 중 30여명이 화병으로 목숨을 끊었다. 게다가 그를 수사해야 할 검찰, 경찰 고위직이 줄줄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검찰은 그가 중국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공소권 없슴’으로 처리,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그 후 그를 만났다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그의 죽음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피해자 1만여명 이상이 회원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대표 김상전)는 그가 사망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조희팔이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 그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주수도(61)! 조희팔가 등장하기 전엔 ‘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이었다. 사기 수법도 조희팔 보다 한 수 위였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다단계는 자신이 다른 회원을 유치해야 자신의 수익이 많아지지만 주수도의 경우 본인이 물품만 사면 수익이 저절로 발생한다. 이 같은 교묘한 수법으로 수감 생활 중인 최근에도 후계자들(?)을 원격 조정, 범행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그가 사용한 ‘소비생활 공유마케팅’ 수법은 복잡한 구조다. 주수도가 설립한 JU가 판매하는 물품을 사면 포인트(PV)가 적립된다. 이 적립 포인트가 일정 한도에 이르면 약속한 비율에 따라 돈을 환급해준다. 예를 들면 물건 값의 60%를 적립해 주는 상품을 사면 250%를 환급해 주는 식이다. 200만원 짜리 물건을 샀다면 이렇게 된다. 200만원*60%=120PV 120PV*250%=300만원. 200만원 짜리 물건을 사면 물건은 물건대로 사용하고 나중에 300만원을 받는다는 것. 그야말로 수지맞는 장사 아닌가? 빚을 내서라도 비싼 물건을 살 수밖에. 도저히 가능할 수가 없는 구조 아닌가? 그런데 넘어간다. 4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4조 5000억 원 이상 피해를 봤다.
중, 하층 서민이 주 대상이었던 조희팔과 달리 중상류층 피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이유를 보자. 우선 처음에 참여한 사업자가 주수도가 약속한 환급금을 받은 예금통장을 보이면서 사업자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JU자문위원들! 매스컴도 보도했지만 전, 현직 국회의원, 도지사, 88올림픽 조직위원장, 검사, 장군, 연예인 등 쟁쟁한 사람들이 JU가 좋은 기업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일반인들은 JU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주수도는 물품을 많이 산 충성도 높은 사업자에게 전국 주요 지역에 JU백화점을 개설해 주겠다고 속였다. 그는 중국 사업과 서해안 침몰 보물선 인양 사업에도 손을 뻗치기도 했다. 주수도는 피해자 수십만명의 피눈물을 뒤로하고 대법원에서 12년 형을 확정 받아 현재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주수도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시 나라를 뒤 흔들었던 ‘바다이야기’ 사건을 잠재우기 위해 국정원이 나서 치밀하게 조작, 잘나가는 JU그룹을 침몰시킨 사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회에 계속>
중국 전문가·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