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월세할인, 세입자는 단기임대..대학가 '빈방전쟁'

김성훈 기자I 2015.07.21 06:00:00

대학교 여름 방학…대학가 원룸촌 본격 비수기
원룸 주인 공실 늘자 월셋값 5~10만원 할인
학생들 모바일·온라인 통해 방학 '단기임대' 내놔
파손 등 책임 대비해 계약서 작성 신경써야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가 원룸촌에 본격적인 비수기가 시작됐다. 임대사업자는 원룸의 월세를 내리고 있고, 대학생들은 방학동안만 쓸 단기임차인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월세 현황판이 놓여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20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5번 출구. 평소 같으면 대학생들로 붐볐을 이곳은 방학을 맞아 한산한 모습이다. 출구를 나와 7분 거리에 쭉 늘어서 있는 원룸촌 일대도 비슷한 풍경을 연출했다.

합정동 전용면적 29.75㎡짜리 원룸은 시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5만원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월세가 10만원(15.3%) 떨어져 5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합정동 R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원룸 물량이 늘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며 “인근 서교동과 상수동에도 원룸 물건이 나오고 있어 이야기를 잘하면 월세를 3만원 정도 더 깎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시간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카페와 서울 주요 대학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원룸 단기임대’ 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었다. 지방에 내려가거나 해외단기 연수를 이유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거주할 사람을 구하는 내용이다. 시세는 보증금 100만~1000만원, 월세는 25만~5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화여대 영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 씨(21)는 “월셋방을 1년 단위로 계약해 집(부산)에 내려가 있는 동안 쓸 학생을 인터넷을 통해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이 본격화되면서 대학가 원룸촌도 비수기를 맞고 있다. 임대 사업자들은 여름방학 동안 남은 방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5만~10만원 정도 월세 할인에 들어갔다. 세입자들도 스마트폰과 온라인을 이용한 직거래로 단기 임대 세입자 구하기에 나섰다. 방학 동안 월세를 아끼기 위한 학생들의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계약 사항을 분명하게 정하지 않고 암암리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모여 있는 서울 마포·서대문구 지역은 최근 세입자가 빠져나가 빈 집 상태인 원룸이 적지 않다. 10가구 중 2~3가구는 비어있다는 게 지 지역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중앙대와 숭실대 등이 있는 동작구 흑석·상도동, 성균관대와 서울대 의대 등이 있는 종로구 혜화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상도동 M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취업이나 계약 만료로 원룸 세입자들이 방을 비우고 있지만, 신규 계약을 맺는 수요는 없어 빈 방이 늘었다”고 전했다.

1~2인 가구를 위한 신규 오피스텔 공급도 원룸 공실(빈 집)을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포·서대문구에 공급된 오피스텔은 1261실로 상반기 서울 전체 물량(2620실)의 48%가 집중됐다. 상반기 이 지역에 분양한 오피스텔도 마포한강2차 푸르지오(448실)·e편한세상 신촌(100실) 등 1853실로 향후 공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주거 환경이 열악한 원룸을 떠나 2~3인이 짝지어 신규 오피스텔을 찾는 대학생들이 늘면서 원룸 이용 학생 수요자가 더 줄었다.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원룸 월 임대료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최상근 제일공인 대표는 “원룸 임대사업자들이 월셋 값을 5만~10만원 내렸지만 수요는 뜸하다”며 “최근엔 공인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집을 구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원룸 문의도 30%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회원 수가 215만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카페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는 ‘원룸 단기임대’를 찾는다는 글이 이달에만 40건 넘게 올라왔다. 새 학기가 시작됐던 3월(17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 한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카페에 ‘단기임대’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고려대와 한양대, 건국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 온라인 게시판에도 단기 임대를 직거래하려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방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건국대 경영학과 3학년 김모(25)씨는 “계절학기와 취업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두 달 정도 쓸 방을 알아보고 있다”며 “스마트폰이나 학교 게시판에 가면 가격을 비교하면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집주인 동의를 거치지 않은 음성적인 계약은 집주인이 계약해지나 피해보상 등을 청구할 수 있어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단기임대라 하더라도 상호간 계약서 등을 꼼꼼히 작성해 혹시 있을 기물 파손이나 보증금 등의 피해에 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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