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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열차 250km, 멈추는 곳마다 멋있는 풍경·맛있는 이야기

강경록 기자I 2013.09.24 09:40:14
득량역은 마치 20~30년 전으로의 여행과 같다. 득량 문화역 거리엔 추억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가게마다 오래된 소품과 상품 등을 진열해 놓고 있어 옛 시골역의 정취를 되새길 수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황금빛으로 변한 들녘과 정겨운 시골마을, 굽이굽이 흘러가는 남강과 섬진강을 지나 이윽고 다다른 순천만. 그림 같은 풍경들이 기찻길을 따라 펼쳐진다. 남도해양관광열차(S트레인)가 지나는 역에는 저마다 수많은 이야기와 눈이 시린 볼거리가 넘친다. 그중 역사(驛舍)가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미리 찾아가 보았다.

◆남평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역사다.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의 배경이자 슈퍼스타K 서인국의 ‘부른다’의 뮤직비디오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외관도 특별하다. 역무실 돌출 부분의 지붕이 맞배가 아니라 모임지붕을 하고 있어 상당히 이례적이다. 주변은 잘 정비돼 있다. 오솔길을 따라 정원이 있고 고목들이 늘어서 있어 고즈넉하다. 역 주변에는 나주목사의 관사였던 내아가 있다. 조선 중기 관사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 관리들의 살림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역대 나주목사 중 백성들에게 가장 존경을 받았던 유석중 목사와 김성일 목사의 이름을 딴 방에서 민박을 할 수도 있다. 고대 무덤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근처의 반남고분군도 같이 들러보면 좋다.

남평역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역사다.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의 배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득량역

득량역의 매력은 ‘촌스러움’이다. 역 앞 거리풍경은 1970~1980년대에 멈춰 있다. 붉은색 공중전화 부스가 벽에 매달려 있고 행운다방도 있다. 37년째 역전이발관을 운영하는 공병학 이발사가 이 ‘추억의거리’ 주인이다. 외관은 1970년대 모습 그대로지만 이발요금은 150원에서 1만 1000원으로 시간의 간격만큼이나 올랐다. 이 거리는 2011년 문화디자인프로젝트 간이역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거리에는 총 7개의 전시 공간이 있다. 역전이발관, 장난감 가게, 득량상회, 득량역, 역전만화방, 득량초등학교, 행운다방 등을 기존의 빈집이나 빈 점포를 활용해 꾸몄다. 각각의 공간에 그 시절에 맞는 소품들을 채워넣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행운다방’의 커피 한잔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향수는 물론 여행으로 지친 나그네의 여독을 달콤하게 녹여주기에 충분하다. ‘득량 5일장’은 문화장터로 부활시켰다. 추억의 디스코를 여행객과 함께 출 수 있으며 가판에 늘어놓은 불량식품 세트가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득량역 주변 ‘추억의거리’에는 1970~1980년대 거리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실제로 역전이발소와 다방은 지금까지도 성업 중이다.


◆하동역

영·호남을 가르는 역이면서 코레일 부산경남본부의 최서단 역이기도 하다. 역에서 2km 떨어진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지리산으로 찾아가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역무실에서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이젠 남도해양관광열차의 교차역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산물로는 섬진강 재첩(강조개)과 하동 녹차가 유명하다. 볼거리도 풍부하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인 악양 평사리 평야는 섬진강이 주는 혜택을 한몸에 받은 땅이다. 이맘때쯤이면 가을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잘 익은 벼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파도치듯 물결이 인다. 이곳 평사리에 소설 ‘토지’의 최참판댁 등 한옥 14동이 구현돼 있다. 조선 후기 우리 민족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은 드라마 세트장이 잘 조성돼 있고 인근의 평사리 문학관도 좋은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전국문인들의 문학축제인 토지문학제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누렇게 변해는 경남 하동의 들녘


◆순천역

순천역은 순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지금의 역사로 이전했다. 역 광장의 금목서 두 그루는 역사 전체에 은은하게 향기를 풍기며 가을을 알린다. 특히 순천은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가을이면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드넓은 갈대밭과 갯벌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용산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순천만의 낙조 또한 최고의 풍경이다. 폐막을 한 달여 앞둔 순천정원박람회장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박람회장 중심의 호수정원을 끼고 잔디밭을 산책하거나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한국정원을 비롯한 각국의 정원들을 둘러보는 맛이 각별하다. 정원박람회장은 특히 어둠이 내릴 무렵에 색색의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저녁 시간이 가장 낭만적이니 시간을 겨눠 찾아가볼 만하다.

순천정원박람회장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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