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공연계는…

염지현 기자I 2012.07.13 09:32:20

엄마의 청춘에 설레고
황후의 인생에 아파하고
혼혈족 차별에 분노하고
귀부인 욕망에 숨죽였죠

뮤지컬 ‘맘마미아!’(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14일은 이데일리가 신문을 선보인 지 1년이 된다. 그동안 크고 작은 공연을 소개해 왔는데 작품성과 대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화제작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쓴 뮤지컬 `맘마미아!`와 `엘리자벳`을 비롯해 4시간에 이르는 공연시간 동안 묵직한 주제의식을 던진 연극 `풍찬노숙`, 배우 이혜영의 귀환으로 화제를 낳았던 연극 `헤다 가블러`가 그 주인공이다.

1000회 공연 신화…뮤지컬 `맘마미아!`

1999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46개 나라와 300여개 주요 도시에서 5000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뮤지컬 `맘마미아!`가 한국뮤지컬 역사에 남긴 기록도 화려하다.

`맘마미아!`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6개월간 장기공연하며 `최단기간 1000회 공연 돌파`란 신화를 썼다. 뮤지컬 `명성황후`가 1000회 공연기록을 세우는 데 14년이 걸린 것과 비교했을 때 2004년 1월 국내 첫 공연을 한 `맘마미아!`의 기록은 화제를 낳기에 충분했다. 또 `130만 관객 동원` `누적 매출액 790억원` `서울 포함 전국 24개 도시 공연` 등 많은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국민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맘마미아!`의 성공은 최근 뮤지컬계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아이돌스타 없이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최정원·전수경·이경미·성기윤·박윤희 등 중견배우들이 단일 캐스트로 208회 공연을 모두 소화해내는 열정을 과시했다. 2004년 초연부터 무대를 이끌어온 배우들의 팀워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관객·수상 싹쓸이…뮤지컬 `엘리자벳`

뮤지컬 ‘엘리자벳’(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엘리자벳`은 마치 혜성처럼 등장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작품들이 잠식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오스트리아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20년 간 10개국에서 9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 올랐던 `엘리자벳`은 김선영·옥주현·류정한·송창의·김준수 등 화려한 캐스팅, 2중 회전무대와 3개의 리프트를 활용한 웅장한 볼거리로 시작부터 화제를 낳았다. 결국 최단기간 15만명 동원을 이뤄냈다.

흥행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4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6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는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가장 많은 후보를 올린 작품으로 꼽혔다. 결국 최고상인 `올해의 뮤지컬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남우조연상·음악감독상·무대상·의상상·조명상·음향상까지 역대 최다 기록인 8관왕을 달성하며 작품성까지 증명했다.

지루하지 않은 4시간…연극 `풍찬노숙`

연극 ‘풍찬노숙’(사진=남산예술센터)
지난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선보인 연극 `풍찬노숙`은 긴 여운과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 작품이었다.

농업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유입된 외래인구인 혼혈족이 토종 순혈족에게 핍박받고 차별받는 신화적 공간을 끌어들여 혼혈족의 인간성에 내재된 응분의 한을 풀어냈다. 지난 역사가 아닌 먼 미래의 역사로 앞서나간 `시골민족` 탄생설화 혹은 그들의 건국신화다. 억눌린 분노로 장구한 세월을 견디고 있는 그들의 고난을 `미래의 과거`인 현재에서 짚는 구성이다.

연극 `원전유서`로 2008년 동아연극상 5관왕을 휩쓸었던 `입심`의 작가 김지훈과 연극 `장석조네 사람들` `여기 사람이 있다` 등을 맡았던 연출가 김재엽이 함께 초연으로 올렸다. 4시간에 달하는 공연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윤정섭·이원재·김지성·고수희·김소진 등 뛰어난 16명 배우들의 연기력에 힘 입었다.

배우 이혜영의 귀환…연극 `헤다 가블러`

연극 ‘헤다가블러’(사진=명동예술극장)
13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이혜영이 온몸으로 무대를 휘어잡은 작품이다. 이혜영 만으로도 `헤다 가블러`는 강렬한 주목을 받았다. `인형의 집` `페르귄트` 등을 써 현대 연극의 초석을 다진 헨리크 입센의 작품으로 지난 5월 서울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초연 이후 120여년 만에 국내 프로무대에 올랐던 `헤다 가블러`는 19세기 말 노르웨이 한 저택의 거실을 배경으로 한다. 최고의 부와 명예를 가진 가블러 장군의 딸로 태어났지만 결혼으로 선택한 물질적 편안과 안전에 안주하지 못하는 헤다가 꿈틀대는 이상과 강한 자아로 욕망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이틀간을 그렸다.

1988, 1996년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2회 수상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이혜영은 기대에 부응했다. `햄릿 1999` 이후 13년 만에 선 무대가 낯설지 않은 듯 `헤다 가블러`의 전형을 만들어내며 다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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