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4일자 30면에 게재됐습니다. |
[대구=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발주처인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사업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지난달 31일 찾은 대구 이시아폴리스 현장. 구건우 이시아폴리스 사업관리팀 부장은 기자에게 사업 현장을 안내하며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좌초 위기에 놓인 대다수의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과 상당히 대비된다고 말하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성공 비결은 간단했다.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 포스코건설을 포함한 주주사들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 등 발주처와 주주사 간의 협업이 사업 성공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 승승장구 이시아폴리스…관건은 발주처의 ‘통큰 양보’
대구·경북 첫 복합신도시인 이곳은 이미 주요 핵심 시설들이 하나 둘 자리 잡으며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2만5000평 규모로 세워진 스트리형 상가인 롯데몰에는 이미 140여개 브랜드가 들어와 손님 끌기에 나섰고, 지난 2010년 대구국제학교도 문을 열었다. 포스코건설이 2010년부터 분양한 이시아폴리스 더샵은 마지막 4차 분양을 앞두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지부진 수준을 넘어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여타의 공모형 PF 사업장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다.
공모형 PF 사업은 공공기관(발주처)가 땅을 제공하고 민간(건설사·금융기관 등)이 자금을 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대규모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거액의 자본이 투입되는 공모형 PF 사업의 성패는 시간에 달렸다. 미래에 발생할 이익만을 보고 민간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연되면 이자비용 등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 때문에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발주처와 주주사 간 협업은 필수다. 각종 사업계획 변경 등의 권한을 가진 발주처의 전향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대구시는 이 같은 역할을 도맡았다. 종교시설용지는 복합시설용지로 변경해 사업성을 높이고, 다른 지역에 들어설 국제학교는 이 지역으로 옮겨지었다. 특히 주주사와의 적극적인 협의로 선투자를 유도, 롯데몰 등 주요 시설을 조기에 유치해 사업 추진에 활로를 마련했다. 이런 민·관 쌍방의 노력으로 6월 현재 산업시설용지 100%, 상업용지 53% 등 전체 용지 분양률은 73%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첫 삽을 뜬 이시아폴리스는 총 1조4000억원이 투입돼 2015년까지 패션을 테마로 한 대구·경북 최초의 자족형 복합신도시로 개발된다. 최희송 대구시 산업입지과 과장은 “이시아폴리시는 이미 활력 넘치는 신도시의 면모를 갖췄다”며 “대구의 성장을 이끄는 신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희비 엇갈리는 공모형 PF 사업…상암 DMC 무산
최근 판교 알파돔시티 등 일부 공모형 PF 사업이 정상화 발판을 마련하거나 정부 역시 조정에 나섰지만, 공모형 PF 사업의 앞길이 밝지 만은 않다. 이시아폴리스가 특별한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민·관의 이익이 떨어지다 보니 그만큼 서로 간의 이견 조율이 쉬웠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업장은 그렇지 않다.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주처인 공공이 민간 사업자의 요구사항을 거의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스카이 라인을 바꿀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던 ‘상암 DMC 랜드마크 빌딩’ 건립 계획은 서울시의 결정으로 결국 무산됐다. 사업자가 요구한 층수 낮추기 등 사업계획 변경안을 서울시가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국토부 역시 지난 3월 공모형 PF 조정위원회를 열고 정상화 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5곳을 대상으로 조정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이견 조율에 애를 먹으면서 현재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몇 년씩 답보상태에 놓여 있던 사업을 2달 만에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실 5곳 중 1곳만 조정계획이 확정돼도 성공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