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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지렁이의 끈끈한 분비물 모방 뼈 붙이는 의료용 접착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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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자I 2009.09.03 09:20:55

강력한 전기적 결합 원리 뼈의 미세한 균열도 해결

[조선일보 제공] 갯지렁이는 바닷물 속에서 주변의 모래나 조개껍데기 조각을 모아 원통형의 견고한 집을 짓고 산다. 갯지렁이의 영어명이 '모래성 벌레(sandcastle worm)'인 것도 이 때문. 최근 과학자들이 갯지렁이가 집을 지을 때 쓰는 접착물질을 모방해 부러진 뼈를 붙이는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했다.

미국 유타대의 러셀 스튜어트(Stewart) 교수 연구진은 갯지렁이가 모래알을 붙일 때 분비하는 물질을 분석했다. 분비물에는 여러 가지 단백질들이 섞여 있었는데, 종류에 따라 (-)전기와 (+)전기를 띠고 있었다. 결국 접착력의 비밀은 강력한 전기적 결합이었던 것.

결합의 신호탄은 산성도(pH)의 변화였다. 처음 분비될 때는 단백질의 pH가 약한 산성인 5 정도로 액체 상태였다. 하지만 pH가 8.2 정도인 알칼리성의 바닷물을 만나면 30초 이내에 굳어버렸다. 덕분에 갯지렁이는 축축한 모래와 조개껍데기 조각을 가지고도 견고한 집을 지을 수 있다.

▲ 갯지렁이가 분비한 접착 단백질이 유리구슬을 달라붙게 한 모습을 찍은 전자현미경 사진(위 사진). 갯지렁이는 이런 접착 단백질을 이용해 모래알이나 조개껍데기 조각을 이어붙여 견고한 집을 짓는다(아래)./미 유타대 제공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물속에서 작동하는 접착제를 개발했다. 이번에는 단백질 대신 두 가지 합성 고분자물질을 이용했다. 갯지렁이 분비물과 마찬가지로 고분자물질도 정반대의 전기를 띠고 있어 강력한 전기적 결합을 할 수 있다. 수술현장과 갯지렁이가 집을 짓는 환경은 물에 젖은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갯지렁이 분비물을 모방한 접착제가 의료용으로 개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된 접착제가 지금까지 치료하지 못한 뼈의 미세한 균열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뼈가 부러지면 티타늄 소재로 만든 나사못이나 핀 같은 것을 사용한다. 하지만 뼈가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면 나사못을 쓸 수가 없다. 이때 접착제로 작은 뼛조각을 이어 붙인다는 것.

이번에 개발된 접착제는 갯지렁이 분비물을 모방한 것이어서 인체에 해가 없다. 뼈가 굳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접착력은 갯지렁이 분비물보다 2배 이상이나 된다. 연구진은 자연상태와 달리 pH뿐 아니라 온도 변화로도 접착제가 굳어지게 했다. 즉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로 있다가 몸 안에 들어가면 체온으로 굳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열린 제238차 미국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연구진은 앞서 지난 3월 '거대분자 생명과학저널(Macromolecular bioscience)'지에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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