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 망대가 낸다고 넷플릭스 요금 올린다고?

김현아 기자I 2021.06.26 16:40:02

판결문에 망이용대가 지급 의무 적시
법원, 넷플릭스 공짜망 사용 제동
망대가 내면 소비자 요금올린다? 해괴한 논리
800억 추징 세금 행정소송 패하면 또 요금 올린다?
사업하려면 당연히 내야 하는 비용
소비자 윈윈 운운하며 슬그머니 요금인상 안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어제(25일)다윗과 골리앗 싸움 같았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하면서, 공짜로 통신망을 사용하던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을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동영상(OTT) 업체인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뒤 한 번도 망 대가를 낸 적이 없죠.

그래도 처음 미국 시애틀에 서버를 두고 연결했을 때는 트래픽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직접 SK 통신망에 붙은 게 아니라 다른 통신사(ISP)를 거쳤던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8년 5월 일본에 서버를 두고 SK국제회선에 붙이면서부터는 회선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일본과 홍콩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국제회선이나, 부산에서 서울·동작 서초로 들어오는 국내 회선 사용료는 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처럼 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었죠.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판결문에 망이용대가 지급 의무 적시

글로벌 1위 OTT답게(?) 넷플릭스는 버텼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대가 협상요구를 줄기차게 거절했고 이로인해 브로드밴드가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하자 처음에는 받아들이는 듯 하더니 상황이 불리해지자 돌연 방통위 재정을 거부하고 법원에 채무부존재(망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 협상할 필요가 없다) 소송을 제기한 것이죠.

그런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부장판사 김형석)가 “원고(넷플릭스)가 피고(SK브로드밴드)에 ‘연결에 대한 대가(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하면서, 넷플릭스의 공짜망 사용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물론, 넷플릭스는 재판부가 “망과 관련된 사안은 기업과 기업이 협의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적은 걸 강조하며, 항소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망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부분은 ‘기각’, 협상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은 ‘각하’라는 재판부 결정은 넷플에게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망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있지만, 넷플릭스의 공짜망 주장은 틀렸지만, 법원에서 협상을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지요.

망대가 내면 소비자 요금올린다? 해괴한 논리

그런데 넷플릭스가 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괴한 논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망 대가가 지난해 기준 272억 원(시장가격 기준·SK브로드밴드 변론서 기준)이나 되니, 소비자들의 구독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이야깁니다.

몇몇 언론에서 업계 관계자 발로 ‘넷플릭스가 급증한 비용을 구독료로 충당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서비스만 상당폭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죠.

국내 최고 로펌인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해 고액의 수임료를 낸 넷플릭스로선 검토 가능한 안이나, 원래 비용으로 당연히 책정해야 했던 것을 뒤늦게 내면서 소비자 요금을 올린다는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넷플릭스도 판결 직후 공식 입장문에서 “공동의 고객을 위해 SK 브로드밴드와의 협력을 이어가고, 콘텐츠 제공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공동의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오픈커넥트(콘텐츠전송네트워크를 내재화한 것)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슬그머니 요금인상을 준비한다면 소비자 기만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800억 추징 세금 행정소송 패하면 또 요금 올린다?

같은 논리라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덜 냈다고 800억 원을 추징당한 넷플릭스가 행정소송에서 져서 대한민국 정부에 추가 세금을 내게 된다면 다시 한국소비자로부터 요금을 올려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국세청은 넷플릭스 서비스 코리아에 세무조사를 진행해 약 8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자료 제출에 비협조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수억 원도 함께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에 넷플릭스는 “세무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사실관계 및 법리적 이견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국세청의 처분이 적법한지 다시 판단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한민국의 통신망을 이용한 대가와 대한민국 정부에 내는 세금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당연하게 내야 할 돈입니다.

이를 두고 소비자 요금 인상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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