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진 비트코인…주식·채권·유가까지 흔든다

방성훈 기자I 2021.05.23 11:53:47

암호화폐 시장 등락…일부 자산시장과 동조 현상
21일 中 비트코인 규제 발표 직후 美주식·유가 하락
안전자산 美국채·日엔화 등은 상승…유럽 채권도 충격
“기관·개미도 암호화폐·주식 병행 투자 확대 영향”
"각국 암호화폐 규제시 전체 자본시장 영향 잦아질것"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 혼란이 주식, 채권, 국제유가 등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기관 투자자들이 잇따라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급증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병행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FT는 “그동안 암호화폐 가격은 모호한 요인에 따라 결정됐다. 예를 들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가 운영하는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대량 구매했다고 밝힌 경우”라며 “투기성이 높은 만큼 암호화폐 가격 변동은 규제를 받고 있는 기존 금융시장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지난 21일 류허 중국 부총리는 “비트코인의 채굴과 거래행위가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협한다”며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비트코인(-12%), 이더리움(-20%), 도지코인(-18%) 등 대다수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다. 특히 비트코인은 한 때 30%까지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충격이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선물이 동반 하락했고, 국제유가도 내림세를 보였다. 반면 미 국채와 일본 엔화 등 안전자산은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 채권시장도 큰 타격을 받았다. 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기존의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기업 및 기관 투자자 등이 암호화폐 투자·매수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현재는 중단했지만 테슬라처럼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거나 현금성 자산으로 사들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경우 올해 1분기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 주식시장에 ‘개미’들이 대거 유입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FT는 최근 미 주식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도 병행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암호화폐 가격 급등락이 개인 또는 가계 재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만약 암호화폐 가격 급락으로 해당 자금이 묶이게 되면 주식 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FT는 “변방에 머물던 암호화폐 시장이 전통적인 기존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며 “전세계 금융 당국이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향후 암호화폐 규제가 암호화폐 시장은 물론 전체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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