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서 체포된 정한근씨는 22일 국내로 압송됐다. 정씨는 2007년부터 해외도피 중인 아버지 정 전 회장은 이미 사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1997년 한보사태 당시 한보 자회사 자금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른 뒤 1998년 도피했다. 아버지 정 전 회장은 그 전 해 이미 공금횡령 등 혐의로 체포된 상태였다.
한보사태는 정 전 회장이 운영했던 한보그룹이 1997년 무리한 건설업 사업 확장 등으로 부도를 내면서 발생했다. 투자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를 대상으로 로비까지 벌인 정 전 회장은 결국 공금 횡령 및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모두 5조7천억원 규모의 부실대출을 한 것으로 밝혀진 한보 사태는 이 해 IMF 금융위기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정 전 회장이 당시 거물급 정치인들에게까지 로비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회에서는 구치소를 찾아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이 청문회는 수의를 입고 출석한 정 전 회장이 국회의원들 질의에 안하무인식 태도로 답변한 것으로 유명하다.
TV로도 중계된 당시 청문회에서 정 전 회장은 자신이 막대한 규모의 부정을 저지른 범법자임을 잊은 듯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부실대출이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의원님은 은행에 요청해도 대출을 안 해줄 것”이라며 자신의 사업능력을 과시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한보의 다른 임원이 부도를 예상했다는 증언을 한 데 대해서는 “자금 흐름은 주인이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아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검사도 안 묻는데 답변을 왜 하느냐”며 의원 질의를 무시한 장면도 있었다.
정 전 회장은 이후 복역 5년여 만에 고혈압 등을 이유로 병보석을 허가받고 석방됐다. 2002년에는 외환위기 전후 형사처벌을 받은 경제인 14명과 함께 사면까지 받았다. 그러다 2005년 자신이 설립한 재단 대학의 교비 7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다시 기소됐고, 2심 재판 도중 병 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건너간 뒤 그대로 도피했다.
한편 정 전 회장 아들 정한근씨는 캐나다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2017년 7월부터 에콰도르에서 거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6월 국내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정씨가 ‘정 전 회장이 살아있고 자서전을 준비 중’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주목을 끌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