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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순경) 시험을 3년째 준비 중인 서희만(29)씨는 올해 설에도 고향인 경북 경주에 내려가지 않는다. 서울 노량진 고시원에 남아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서씨는 신대방 누나 집에서 함께 살다가 시험 준비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노량진 고시원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 13일 저녁 오후 6시께 노량진 경찰공무원 준비학원에서 만난 서씨는 작년 설에도 고향에 못 갔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 24일에 시험이 있어서 막판 정리를 해야 한다. 문제풀이에 바쁘다”고 말했다.
설 연휴가 시작됐지만 노량진 학원가의 취업준배생들에게 설 연휴는 ‘남의 일’이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9%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악의 취업난에 연휴를 즐긴다는 건 취업준비생들에겐 생각하지 못할 사치다.
목전으로 다가온 건 경찰공무원 시험이다. 일반공무원 9급에 해당하는 경찰공무원(순경)은 1년에 2차례 뽑는다. 올해 필기시험은 3월 24일(1차)과 9월1일(2차)에 실시된다. 정부는 올해 1799명(1차)과 1800명(2차)씩 채용한다.
오는 4월 7일 치르는 올해 일반행정직 공무원(9급, 국가직)시험도 취업준비생의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식당 앞에서 만난 김모(22)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버스로 2시간 정도 거리인 충남 청양이 고향인 김씨도 이번 설을 고시원에서 보낸다. 김씨는 올해 초 2년제 전문대에서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그는 “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며 “15일과 16일에 특강이 있고 나머지는 자습 위주로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고향에 내려가지 않거나 맘 편히 쉬지 못하는 게 단지 물리적인 거리 때문만은 아니다. 학원가의 한 커피숍에서 수험생용 스톱워치까지 꺼내놓고 공부 중이었던 명모(25·여)씨는 경기도 수원이 집이다. 하지만 명씨 역시 오는 설연휴 내내 노량진 학원에서 공부할 계획이다. 명씨는 졸업 후 학원과 여행사에서 2년 넘게 일을 하다가 지난해 1월부터 9급 공무원 시험 준비에만 전념하고 있다. 명씨는 “설이라고 하지만 고향이나 친척 집에 갈 이유가 없다. 지금은 공부하고 있으니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안한다”며 “특강을 듣고 집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에도 학원가는 분주하다. 노량진 학원가는 수험생 편의를 위해 설 연휴에도 특강 형식으로 정상수업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구익현 윌비스 신광은 경찰학원 실장은 “15일과 16일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이 있다”며 “원래 주말에는 수업이 없고 상담과 자습실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노량진 컵밥거리도 마찬가지다. 10년째 컵밥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모(50·여)씨는 “설 연휴에 손님이 평소보다 더 많이 오기 때문에 더 바쁘다. 인근의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며 “설 당일에만 쉴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8시 30분터 오후 11시까지 장사를 한다는 한씨는 평상시 하루에 약 150명의 손님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특강 때문에 일부러 설연휴 기간 노량진 학원가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9급 공무원을 준비하면서 고시원의 총무를 맡고 있는 박모(31· 여)씨는 “원래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설 연휴 특강을 듣기 위해 3~4일간 고시원에 들어오겠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귀띔했다. 단기체류자는 하루 숙박비가 1만3000원인 이 고시원에는 3명이 설연휴에만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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