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 장순원 기자] 정부가 지난 15일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와 관련해 피해보상 절차에 착수한다. 피해보상 대상은 이번 정전으로 직접 손해를 입은 제조업체나 상가, 일반소비자다.
18일 지식경제부는 오는 20일 오전 9시부터 이번 정전사태의 피해를 입은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신고를 받는다고 밝혔다.
전국 189개 한국전력 지점이나 한국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전국 소상공인지원센터 등에 마련된 피해신고센터에서 보상 신청을 하면 된다.
신고센터 위치와 방법은 각 홈페이지에 확인할 수 있다. 종합 안내는 국번 없이 123번에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또 소비자단체와 중소기업중앙회, 회계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피해보상위원회를 꾸려 피해 보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상위는 정전 피해 유형과 업종, 구체적인 피해 보상기준과 절차를 담은 피해보상지침을 마련하게 된다.
실제 피해보상은 지침에 따라 현장조사를 통해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피해 상황과 법률적 문제를 검토한 뒤 결정할 계획이다.
그간 정부와 한전이 정전과 관련된 피해에 대해 보상해 준 사례가 거의 없었다. 한전(015760)의 면책 조항 때문이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시행세칙 49조'에는 전기의 수급 조절로 부득이하게 전기공급을 중지하거나 제한한 경우 손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정전사태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쁜 데다 수요 예측 실패와 허위 보고, 부실한 사후 대응 등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피해보상을 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정전사태는 매뉴얼대로 조치했다고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사태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면책) 약관 운운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파악한 정전 피해 대상은 약 1415만호. 이 중에는 전력차단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금융기관 148호, 행정기관 201호도 포함되어 있다. 1~2시간 사전 예고 후 전력공급을 중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고층아파트 등도 373호나 됐다.
여기다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엘리베이터 갇힌 경우나 교통신호기가 멈추면서 발생한 혼란, 상가의 영업정지 등까지 고려하면 전체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액이 예상을 뛰어넘을 경우 피해보상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은 "안 그래도 적자 많은 한전이 무슨 돈으로 보상할 것이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한전 측은 "법률 검토를 통해서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주무장관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재발방지 대책과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최 장관의 실제 사퇴 시기는 이번 정전사태의 수습이 마무리된 이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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