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삼성 `통 큰 투자`···`인센티브 받고, 정치부담 덜고`

조태현 기자I 2010.01.11 10:00:35

태양전지·바이오 헬스케어·LED 등 신수종 사업 입주
인센티브 등 혜택좋아..경제논리 작용
재계 "정치적 부담도 있었던듯"

[이데일리 조태현기자] 삼성이 미래 먹거리를 세종시에 걸었다.
 
삼성이 세종시에 투자할 예정인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바이오 헬스케어, LED(발광다이오드) 등은 모두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투자 규모가 무려 2조원이 넘는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10)에서 "삼성의 신수종 사업은 아직 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연구개발하고 투자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본다면 삼성의 세종시 투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삼성의 투자규모는 정부가 11일 발표한 `세종시 발전방안`에 담긴 민간투자규모  4조50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처럼 삼성이 세종시에 미래를 걸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키로 함에 따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종시, 기흥과 함께 삼성 태양전지 사업본부로 
 
세종시에 입주하는 삼성의 사업은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바이오 헬스케어, LED(발광다이오드), 데이터 프로세싱, 콜센터 등 모두 5개에 이른다.
 
이중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발전용 연료전지, LED는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최근 집중 육성하고 있는 사업이다.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사업은 현재 삼성전자(005930)가 진행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반도체, LCD와 사용기술이 비슷해 향후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기흥사업장에서 결정형 태양전지 연구개발 라인인 PV라인의 가동식을 가졌다.  
 
삼성전자의 태양전지 사업 목표는 오는 2015년 글로벌 시장 선두에 등극하는 것이다.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면 세종시는 기흥과 함께 삼성전자의 태양전지 본부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에 세종시에 입주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역시 삼성전자가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전담팀 `HME(Healthcare and Medical Equipment)`을 설립했다.  
 
이는 신수종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헬스케어 사업의 첫 움직임이었다. 삼성전자의 첫 제품은 혈액검사기로 올해 초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LED 사업은 현재 삼성LED가 진행하고 있다. 삼성LED는 지난해 4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009150)가 지분 50대50으로 신설한 법인이다.
 
현재 삼성LED의 생산라인은 수원과 용인에 있다. 따라서 국내 3번째 LED 생산라인이 세종시에 신설되는 셈이다.
 
삼성LED는 최근 삼성전자의 제품 `삼성 LED TV`가 판매 호조를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 LED TV`에는 삼성LED가 생산한 LED BLU(백라이트 유닛)이 핵심 부품으로 들어간다.
 
올해 삼성전자는 `LED TV 1000만대 판매`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삼성LED의 매출 규모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종시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던 바이오시밀러 사업 등은 제외됐다. 
 
◇ 세종시 혜택 매력적…정치적 고려도 작용한듯
 
이처럼 삼성이 세종시에 대규모 진출을 결심한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재계는 분석했다. 
 
우선 경제논리에서 사업성 측면이다.  다시 말해 세종시와 관련된 '혜택'이다. 정부는 세종시에 신규 사업을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기업도시에 따르는 세금감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 투자 기업들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최초 3년간 100%, 그 이후 2년 동안 50% 감면받게 된다.
 
파격적인 땅값도 매력적이다. 정부는 원형지 공급가격을 3.3㎡(1평)당 36~40만원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인근 산업단지 공급가격에서 개발비용을 뺀 수준이다.
 
세종시에 입주하는 삼성의 사업은 신수종 사업이다. 어차피 새로운 공장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설립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른바 `경제논리`에 따라 세종시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절에 대북사업을 확대하지 않았다. 당시 햇볕정책과 대북화해 모드 속에서 정부는 기업들이 대북사업을 확대해 주길 기대했다.  현대그룹이 대북 관광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 시기도 이때다.  삼성은 그러나 사업성이 떨어지고 대외리스크가 있다는 이유로 대북사업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  
 
또 과거 2003년~2004년 사이에는 화성 동탄지역에 신규 반도체 라인을 지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당시 토지공사와 공장용지 가격을 놓고 한동안 싸움을 벌이기도 했었다. 삼성은 그만큼 신규투자에 대해선 경제논리에 따른 사업성을 철저하게 따진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본다면 세종시 투자는 일단 사업성 수익성 측면에서도 상당부분 삼성의 구미를 당겼을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큰 이유는 아무래도 정치적인 고려다.  재계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협조차원의 투자라는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태양전지나 LED 등의 사업은 기존 삼성의 2차 전지나 LCD 반도체 사업장 근처에 공장을 짓는 것이 시너지 측면에서는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로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지역갈등까지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삼성이 빠진다면 현 정부에 상당히 불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밖에 없다.
 
재계대표격인 삼성과, 삼성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참여하지 않는 세종시 수정안이 나올 경우 충청권을 비롯해 원안고수 주장자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한층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삼성으로서는 이같은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단독 특별사면과 이번 세종시 진출간 빅딜설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대놓고 한 빅딜은 아니지만, '프로'들끼리 서로서로 알아서 상대방을 고려한 빅딜이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적잖은 정치적 부담감과 국내 대표 대기업이라는 의무감 등으로 세종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결심한 듯 싶다"며 "그러나 경제논리나 기업논리상으로도 세종시가 매력을 지닌 부분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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