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강국, 글로벌로 간다)<3부>(29)중국투자 `이젠 핑계 안통해`

이진철 기자I 2007.12.07 11:30:00

규제 외국자본에 동일.."당국 때문에" 변명 맞지 않아
한화·우리·현대·삼성證, 상하이사무소 개설 `현지공략`

[상하이=이데일리 이진철기자] 10여년전 여의도 증권가에는 상하이 진출 붐이 일었다.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한 초기시절,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B주식시장을 개방하면서 대륙공략의 야심찬 깃발을 내걸고 앞다둬 중국 본토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대우증권, 동양증권, 부국증권을 비롯해 지금은 간판을 내린 쌍용증권, 동서증권 등이 당시 중국 본토시장을 노크한 1세대 증권사들이다. 

중국 본토진출을 노렸던 1세대 증권사들은 중국 당국의 더딘 자본시장 개방속도와 더불어 그나마 투자가 가능했던 B주식시장의 침체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한국의 비롯해 동남아에는 외환위기라는 파고가 몰려왔다. 결국 1세대 증권사들은 중국 본토공략의 꿈을 접은 채 현지 사무소를 철수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10년후인 2007년 현재 중국 상하이에는 한화증권(003530), 우리투자증권(005940), 현대증권(003450), 삼성증권(016360) 4곳의 한국증권사 사무소가 중국 공략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자본시장 개발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 푸동지구 금융중심지.

10년전과 비교하면 중국시장은 많이 달라졌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과 대등할 정도로 성장했고, 중국증시의 `재채기`에 국내 주식시장이 `감기`에 걸릴 정도로 영향력은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10년전과 비교해 중국 현지의 여건이 녹록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중국 자본시장의 개방속도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내심을 시험할 정도로 더디다.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중에서 QFII를 취득한 곳은 한곳도 없다. QFII는 외국의 기관중 중국당국에 적격 승인된 곳으로 A주식시장에 투자가 가능한 자격을 말한다.
 
중국에서 QFII를 보유한 기관은 통틀어 52개사에 불과하다. 중국 본토에 현지법인 설립도 현지 증권사와의 지분출자에 의한 합작이 아닌 이상 중국당국은 사실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 초기단계..현지화 전략 필요

현재 상하이를 지키고 있는 한국 증권사 사무소에는 10년전과 다른 것이 있다. 지난 10년간의 인내심이 중국시장을 이해하고, 현지 상황에 맞는 사업전략을 만들 수 있는 경험을 쌓은 것이다.

▲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사무소장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사무소장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고, 규제가 많아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핑계를 둘러대던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규제는 외국계 자본이라면 동일하게 적용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환경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
최 소장은 "국내 시장에서도 굵직한 대형 인수합병(M&A) 딜에는 국내 토종증권사가 배제되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에서 국내 증권사가 대형 M&A 딜을 성사시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찌보면 넌센스"라며 "현실적으로 중국시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인식하고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증권의 경우 2003년 중국의 하이통(HAITONG)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지난 7월말 중국 A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하이통증권은 현재 시가총액이 26조원으로 중국내에선 시총 2위, 세계에서는 7위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최 소장은 거대 증권사로 성장한 하이통증권이 한화증권을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 증권시장이 아직은 초기단계로 한국의 증권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주기지수선물 등 파생상품시장이 개장을 준비중이며 홈트레이드시스템(HTS) 확대, 리서치, IPO투자 등 한국의 앞선 노하우와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은 많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적 제휴의 일환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한화증권은 12월 6~7일 열린 하이통증권의 투자컨퍼런스에서 파생상품 부문을 맡아 한국시장의 주가지수연계 상품 등에 대한 설명회에 참여했다. 또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중국기업 투자에 대한 설명회도 개최했다.
 
한화증권은 하이통증권과 제휴를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기자본(PI)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해초에는 포티스-하이통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중국 A주 투자펀드인 양쯔펀드에 100억원의 PI 투자를 실시해 현재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한화투신운용의 경우 `꿈에그린 차이나펀드`를 출시해 국내 운용사로는 유일하게 A주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화증권은 특히 내년 3월께 중국 상하이에 투자자문 컨설팅 법인을 설립해 한국기업의 중국투자 자문 등에 나서는 등 현지에서의 사업규모를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 소장은 "중국에서의 사업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지 사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현지 증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 자본시장 개방에 미리 대비해 나간다면 한화증권이 대한민국의 증권사 중에서 중국사업의 리딩 컴퍼니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권사 경쟁 각축장.. 현지 증권사 제휴로 활로모색

국내 증권사들이 중국 현지 증권사들과 업무제휴를 통해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사정이 녹록치은 않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중국시장은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중국증권사와 적극적으로 업무제휴를 맺어 사업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증권사 입장에서는 업무제휴가 독점적이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에 중국증권사와의 업무제휴 자체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전신인 LG투자증권이 지난 96년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지만 이후 우리투자증권으로 다시 이름이 바뀌었다. LG투자증권 시절만 해도 제조업 기반의 `LG`라는 브랜드가 중국 현지에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브랜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에는 한동안 중국 현지에서의 영업이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어려움이 겪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사무소 이름을 바꾼 당시 중국 현지에서 IPO 관련 입찰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우리투자증권에 우호적이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못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중국 현지인들에게 우리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이 생소했던 것입니다. 같은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알아도 우리투자증권 이름은 잘 모른다는 것이었죠."
▲ 김국영 우리투자증권 상하이사무소장
김국영 우리투자증권 상하이사무소장은 몇년전 겪었던 어려움을 이같이 소개했다.

김 소장은 "중국에 진출한 사무소는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돈을 벌기위한 영업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 본사가 딜을 하기 위한 연결책 역할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상하이는 IB센터, 베이징은 국제 리서치센터로 각각의 차별화된 역할을 맡는다는 계획을 진행중이다.

김 소장은 "중국의 증시개방을 대비해 중국기업에 대한 단순한 번역이 아닌 직접 탐방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라며 "상하이 사무소는 한국과 중국의 각종 투자를 연결시키는 IB센터로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지난 2005년 WTO 가입이후 단계적으로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업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기존의 의사결정방식과 다르게 본사와 사무소간 유기적인 협조하에 과감하고 빠른 투자결정이 무엇보다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증권사들은 제휴의 개념을 독점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면서 "기민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투자기회가 다른 경쟁사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속도 더뎌.. 네트웍·정보력 중요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중국당국이 외국계 자본의 기대만큼 개방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코스닥과 같은 차스닥시장이 내년쯤 개설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차스닥은 2000년 초반에도 개설에 대한 이슈가 제기된 적이 있다.

현대증권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NPL(부실채권) 투자, 부동산투자, 중국펀드 설계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진출시점이 지난 98년으로 현재 국내 증권사의 상하이 사무소 중에서 역사가 10년여로 가장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간에 비해 그동안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여전히 투자가 진행중인 것이다.
 
▲ 최정희 현대증권 상하이사무소 과장

최정희 현대증권 상하이사무소 과장은 "JP모간, 메릴린치 등 글로벌 증권사들도 중국 현지에서는 독립 법인을 설립할 수 없기 때문에 연락 사무소 역할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글로벌 증권사의 중국 현지 사무소는 자체 수익을 내기 보다는 본사와 협력여건을 조성하는 실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 과장은 "중국시장은 한꺼번에 전면 개방하는 것이 아니지만 한단계씩 개방이 이루어질 때마다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늘어나는 것을 노려야 한다"면서 "중국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 그에 따른 대책을 만드는 방식으로 자본시장 개방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국 당국과의 네트워크와 정보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사에 호의적인 것은 한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먼저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며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는다는 생각으로 중국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현재로선 상하이 사무소의 법인화가 어렵다고 보고, 본사와 홍콩법인을 연계해 중국 현지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만간 홍콩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해 지주회사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춰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 과장은 "중국 현지는 물론 본사의 해외투자부에서도 중국 전문인력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중국 현지에 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중국 자본의 한국투자를 대비한 전략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 협찬 :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하나대투증권, 키움증권,
굿모닝신한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증권선물거래소, 한국증권업협회, 증권예탁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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