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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친구는 아이를 더 잘 돌볼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미리부터 줄이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식비를 줄이고 옷값을 줄이고 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아꼈다. 정기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며 훗날 돈이 부족해질 것 같으면 아이에게 쓰는 돈을 더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굶지만 않고 살아 있기만 하면 자신의 의무는 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부모가 남겨둔 재산도 있고 아직도 돈이 들어오고 있지만 미래에 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도 충분히 먹지 못하고 충분히 돌봄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차라리 집을 나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정책 결정자들의 시각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크게는 소위 자동조정장치라는 것을 빌미로 연금 급여를 대폭 깎으려는 것에서부터 소소하게는 국민연금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는 것까지 알뜰하게 줄이려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 규모 1900조원을 돌파했으며 2026년 5월 기준 360조원을 더 벌었다. 그런데 올해 국민연금공단 112개 지사 중 70%에 달하는 임차지사의 월세 낼 돈 23억원이 없어 국민연금 강남역삼지사 폐쇄가 거론되고 있다. 지사를 폐쇄해 국민 접근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도 그랬다. 무조건 공공기관 예산과 정원을 줄였고 국민연금도 10여 개의 센터를 폐쇄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돈 아낀다고 지사를 폐쇄한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가 임차료 예산 편성을 안 해주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지금도 국민연금사업에 국가가 국고 100억원만 주고 나머지는 다 국민연금 기금에서 가져다 쓰면서도 정작 필요한 동탄신도시, 송도신도시 등에 지사 신설은커녕 오히려 강남역삼지사까지 폐쇄해 예산을 아끼려 한다. 심지어 이러한 결정을 한 주체는 국민연금 가입자도 아니다.
국민연금이 사옥을 건립해서 지사를 쓰고 공공돌봄인프라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 월세 지출을 절감하려 해도 정부가 허락을 안 하니 사회적 기여나 예산절감의 노력도 어렵다. 올 한해 360조원을 번 국민연금이 23억원이 없어 지사를 폐쇄하고 국민 접근성을 줄이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문제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미래의 부담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현재 가입자와 수급자를 위한 서비스마저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국민연금의 목적은 기금을 최대한 오래 보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데 있다. 기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책임과 이해관계의 분리에 있다. 국민연금의 실질적 주인은 가입자지만 제도 운영과 의사결정은 가입자가 아닌 사람들이 담당하고 있다. 미래 부담을 이유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는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속한 다른 연금제도에는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 모습도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에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바로 지금. 정부는 진심으로 기금이 감소한 이후에도 국민연금 급여 지급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는가. 그리고 그때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국민연금의 핵심은 기금의 크기가 아니라 국가의 지급 책임에 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걱정한다는 명분만으로 현재 가입자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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