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된 고인돌에 쇠못 박은 공공기관…"안내문 없어 몰라"

채나연 기자I 2024.12.27 07:47:25

고인돌에 지적 도근점 박은 국토정보공사
국토정보공사 "전문가와 복원 진행할 것"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공공기관이 2천여 년 전 한반도 남녘의 지배자 무덤인 대형 고인돌을 측량 장비로 훼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푸른 안료를 칠한 못이 박힌 고인돌.(사진=연합뉴스)
창원시와 국립창원대학교박물관 등에 따르면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는 훼손한 고인돌 상판 복원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국토정보공사는 지난 10월 21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산리에 있는 1호 고인돌 상판에 약 10cm 길이의 ‘지적 도근점’을 박았다. 지적 도근점은 건물과 대지 등의 측량을 위한 기준 표식이다. 쇠못 위에 동그란 모양의 플라스틱 표시물을 붙여 땅이나 벽, 바위 등에 박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창원 의창구 동읍 봉산리 1호 고인돌(사진=연합뉴스)
공사 쪽은 이에 대해 작업 당시 고인돌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고인돌이 비지정문화유산으로 사유지 밭에 있었고, 인근에 문화유산을 알리는 안내 정보도 없어 큰 바위인 줄 알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돌인 줄 알았다면 이 작업은 당연히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창원시 문화유산과와 협의해 전문가와 함께 당장 훼손된 고인돌을 복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훼손된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지배계층 무덤으로 추정되며 상석 길이 350㎝, 너비 285㎝, 두께가 35∼75㎝로, 봉산리 일대에 흩어진 크고 작은 고인돌 무리의 일부다.

하지만 2007~2008년 국립김해박물관의 발굴조사 뒤로는 지방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됐다. 특히 상석에는 돌을 떼어 내기 위한 정 자국이 찍혀 있는 등 이전에도 훼손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해당 고인돌이 있는 토지 소유자에게 허락을 구한 뒤 안내 표지문을 세워 청동기시대 문화유산임을 알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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