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맞은 편에서 각기 다른 성향의 단체 집회가 동시간대 열리면서 경찰 6500여명은 혹시 모를 충돌 가능성에 긴장 태세였다. 광화문과 시청역 일대는 마이크로 외치는 함성소리와 스피커를 뚫고 나온 음악 소리로 가득했으며, 집회로 전차로 통제되는 등 여파로 교통 정체가 극심해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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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성향의 자유통일당 등은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동화면세점에서 대한문까지 세종대로 서쪽 방향 차로에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주사파 척결’, ‘이재명 구속’, ‘문재인 구속’ 등을 외쳤다. 경찰 추산 3만여명이 모였다.
이날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무대에 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으로 구속된 것을 언급하며 “이제 몸통을 잡아넣을 차례”라며 “이재명을 당장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어 2020년 9월 서해에서 실종된 뒤 북한에서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씨도 무대에 올라 “민주당 현역 의원을 한명씩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광훈 목사는 “주사파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해산하라”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구속된 것을 두고서도 “문재인을 구속하라”고 소리쳤다.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참석해 “문재인 정권과 종북 좌파와 싸워 이겨 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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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서울 숭례문 사거리에서 태평로까지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10·22 전국 집중 촛불 대행진’ 집회를 벌였다. 경찰 추산 1만6000명이 모였다.
이날 집회에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피켓을 들고 흔들며 ‘정치보복’, ‘민생파탄’, ‘평화파괴’ 등을 외쳤다. 또 이들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을 문제 삼으며 “허위경력, 상습사기 김건희 특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처럼회’ 소속 김용민, 황운하, 민형배 의원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보탰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대에 올라 “우리가 주인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하라”고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법과 질서를 들먹이며 감히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헌법과 역사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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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보수·진보 성향 단체 집회의 시간대와 동선이 일부 겹친다는 점에서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에 대비했다. 전날 윤희근 청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이날 6500여명 경찰력을 배치해 도로 곳곳에서 양측 단체를 자극하지 않도록 자제를 요청했다.
이날 도심 집회 때문에 세종대로 시청방향 전차로를 통제한 가운데 가변차로를 운행했지만, 일대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경찰은 세종대로 로터리는 좌회전과 유턴을 금지하는 등 조처를 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9.4㎞로 ‘정체’ 됐으며, 서울시 전체 평균 속도(시속 19.5㎞)보다 느렸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일대도 촛불행동 측의 행진 인파와 ‘맞불 집회’를 벌인 보수성향의 신자유연대 측이 도로 3~4개차로를 점유하면서 일대 교통 혼잡은 계속됐다.
경찰은 도로와 인도 곳곳에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특히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삼각지 파출소 일대에는 트레일러형 안전펜스를 설치해 다른 집회 참가자와의 접촉을 원천 봉쇄했다. 또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 1~3번 출구와 전쟁기념관 일대에는 차벽을 세워 접근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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