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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PI첨단소재 새주인에 베어링PEA…몸값 1조원 넘었다

김성훈 기자I 2022.06.07 09:14:43

베어링, PI첨단소재 매각 우협 선정
가격+비가격적 요소에서 높은 점수
글랜우드PE, 인수 2년여만 매각 성공
속도감 있는 전략…차기 투자처 관심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글로벌 1위 폴리이미드(PI) 제조 기업인 PI첨단소재(178920)가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어링PEA를 새 주인으로 맞는다. 막판까지 인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진 결과 매각가도 시장에서 점치던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 막판까지 다자구도…베어링PEA가 인수

PI첨단소재는 최대주주인 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베어링PEA를 PI첨단소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요 계약조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7일 공시했다. 앞서 지난달 말 진행된 매각 본입찰에는 외국계 기업인 솔베이와 알키마, 롯데케미칼, KCC글라스 등이 참여하면서 막판까지 인수경쟁을 펼쳤다.

PI첨단소재(178920)가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어링PEA를 새 주인으로 맞는다. 충북 진천군에 있는 PI첨단소재 공장(사진=PI첨단소재)
이번 매각 대상은 글랜우드PE가 지난 2020년 인수한 PI첨단소재 경영권 지분 54%다. 매각 측에서는 구체적인 처분금액과 처분 예정일자 등은 추후 밝힐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 점치는 매각금액은 약 1조2000억~1조3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막판까지 다자구도를 형성한 점이 최종 인수 가격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다.

지난 2008년 설립한 SKC코오롱PI가 전신인 PI첨단소재는 폴리이미드(PI) 필름 세계 1위 업체다. 회사 주요 생산품인 PI 필름은 범용 플라스틱에 비해 내열성과 절연성이 매우 높고 극한과 초고온에서 변형이 없어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는 첨단소재다.

제조산업에서 경량화 및 내구성이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만큼 PI필름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PI첨단소재는 일본 가네카, 도레이, 미국 듀폰 등을 제치고 1위 사업자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PI 필름 시장 점유율은 약 30%에 달한다.

PI첨단소재는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3019억원, 영업이익 759억원을 기록했다. 글랜우드PE 인수 직전 해인 2019년과 비교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126% 증가하면서 실적 측면에서도 원매자들의 관심을 샀다. 베어링PEA는 가격은 물론 비가격적 요소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랜우드 속도감 있는 전략 ‘눈길’

베어링PEA와 글랜우드PE간 거래는 이번이 두 번째다. 두 회사는 2016년 4월 한라시멘트 지분 99.7%를 6300억원에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했다. 당시 글랜우드가 4000억원, 베어링PEA가 1800억원의 자금을 댔다. 이후 1년 1개월 뒤인 2017년 5월에 글랜우드PE가 보유 지분을 베어링PEA에 엑시트(지금회수) 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베어링PEA은 같은 해 말 아세아시멘트에 매각하면서 글랜우드와 베어링PEA 모두 흡족한 차익을 거뒀다.

PI첨단소재 매각은 글랜우드PE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략 구사가 또 한 번 통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PEF 운용사가 경영권 인수부터 매각까지 걸리는 시간은 4~6년 정도다. 회사가 조성한 펀드 조성과 클로징 시점에 맞춰 사고 파는 과정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글랜우드PE는 PI첨단소재 인수와 매각까지 2년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PI첨단소재 매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글랜우드PE의 차기 투자 매물에도 관심이 쏠린다. PI첨단소재 매각으로 글랜우드PE의 투자처는 지난해 3월 CJ올리브영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투자가 사실상 전부다. 지난해 7월 9000억원 규모의 2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차기 투자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글랜우드PE가 2년 안팎 주기로 인수와 매각 사이클(주기)이 돌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차기 매물 검토에 이미 나섰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카브아웃’(Carve-out)에 강점이 있다 보니 기업 비주력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앞서 투자한 올리브영과 시너지를 낼만한 매물을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이 계열사 개편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먼저 인수를 제안해 오는 것들도 꽤 있을 것이다”면서도 “확실한 밸류업이 있다고 판단되는 매물이어야만 (인수나 투자를)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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