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본부장의 남편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 소속 정태옥 전 의원이다.
유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표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부석실의 외신 대변인으로 일한 이력과 남편이 야당 의원이라는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해 유 본본부장 승진 인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정 전 의원이 야당 의원이라는 점을 언급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개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남편과 부인은 별도의 독립된 인격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립적인 인사를 주문했다고.
이에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통상교섭본부장 인사를 이례적으로 공정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의 ‘블랙리스트’ 의혹과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본부장과 정 전 의원이 공식석상에서 처음 대면한 것은 지난해 7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다. 각각 답변자와 질의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두 사람 사이 직접적인 질의응답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책에 대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정 전 의원은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일본의 수출 제한에 대해 정부가 너무 감정적이라고 비판했는데, 유 본부장은 다른 의원의 같은 질문에 “정부의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후 유 본부장은 ‘예결위에 대비해 부군인 정 전 의원에게 혹시 코치한 게 있느냐’는 한 매체의 질문에 “집에선 따로 정치나 정책 얘기는 하지 않는다. 아침에 딸 교육 문제만 얘기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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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본부장은 2년 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저의 꿈을 항상 응원해줬다”며 “아들이 아팠을 때 나는 회사에 말도 못하고 일을 했지만 오히려 남편이 일찍 퇴근해 아들을 돌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통 마누라를 제일 골탕먹이는 방법이 정치하는 것이라는 소리가 있지 않느냐”며 “남편이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나도 남편의 꿈을 응원해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1991년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해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유 본부장은 1995년 통상산업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긴 후 여성 통상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외교통상부로 자리를 옮긴 그는 여러 협상에서 실무자로 참여했다. 200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교섭과장으로 한미 FTA 협상을 이끌었고, 2015년에는 동아시아FTA 추진 기획단장으로 한중 FTA를 마무리했다.
그의 업적은 화려하다. 지난 2018년 산업부 설립 이래 여성 공무원으로는 처음으로 ‘1급’에 해당하는 통상교섭실장에 올라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지난해 2월에는 차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까지 맡았다.
이번에 도전장을 내민 WTO 사무총장 직은 25년간 ‘통상 한 길’만을 걸은 유 본부장에게 있어선 최고이자 최후의 목표다. 7일(현지시간)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면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유 본부장은 7월부터 최근까지 스위스와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을 방문, 각국 대사와 주요 인사들을 만나 활발한 유세 활동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도 독일 등 각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 전 의원은 유 본부장에 대한 언급 없이 묵묵히 외조하고 있다.
WTO 수장에 대한 최종 결정은 늦어도 다음 달 초 이뤄진다.
WTO 사무국은 3라운드이자 마지막 라운드의 협의 절차를 이달 하순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 최종 결론을 11월 7일 전에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