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조합 공사비는 수 차례 바뀌었다. 2016년 10월 최초 계약공사비는 2조6708억원. 이후 시공단에서 7394억원 증액을 요청하면서 3조4102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이 만들어져 감정원의 공사비 검증 대상에 포함되자, 시공단은 검증의뢰를 앞둔 지난해 10월 “공사비를 3087억원 깎아주겠다”고 먼저 나섰다. 조합도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12월 3조515억원으로 공사비를 바꿔 총회에서 의결했다.
시공단의 ‘선제적 공사비 감액’ 조치에 공사비 검증엔 다소 김이 빠졌다. 덩달아 일이 꼬인 측면도 있다. 총회 의결 전 검증을 의뢰했기 때문에 조합이 의뢰한 금액은 3조3602억원. 시공단에서 자진 삭감하기 전 금액에서 비검증대상 공사비를 뺀 규모다. 감정원 검증에서 2900억원 감액 권고가 나왔지만, 이는 시공단에서 깎겠다고 한 금액보다 작다. 이 때문에 조합은 별도로 감정원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시공단과 합의한 대로 공사비를 책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시공단이 7000억원 가까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당시 ‘부풀리기’한 것 아니냔 반응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하게 공사비를 추가로 달라고 하고 선심쓰듯 깎아주는 관행이 있었다”며 “공사비 검증에서 걸릴지 모르니 이번엔 미리 부풀린 금액을 계산해서 자진 삭감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편 공사비 검증대에 올랐던 정비사업장들은 둔촌주공처럼 10%안팎 수준에서 20%에 달하는 삭감 권고를 받고 있다. 지난해 부산 한 재건축조합은 공사비 증액분 64억원에 대한 검증을 의뢰해 13억원 감액 권고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둔촌주공의 ‘동생’으로 불리는 인근 재건축사업장인 삼익빌라에 대한 공사비 검증이 진행 중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공사비 책정의 문제점을 찾아 조합에 설명해주고 있다”며 “시공사들이 과도한 공사비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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