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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재판]패키지 여행 중 일행 벗어났다 당한 강도, 책임은 누구에게?

노희준 기자I 2019.01.19 09:40:52

가이드 수차례 "소매치기 강도 많아 주의" 당부
패키지 특성상 가이드 안내 따르고 물품 스스로 간수해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2017년 9월 정모씨와 성모씨는 서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서유럽 4개국을 열흘간 관광하는 코스였다. 두 사람은 모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했다.

정씨와 성씨 등은 9월 12일 오후 10시쯤 여행사의 인솔 가이드 이모씨 안내를 받으며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패키지 여행 상품이라 두 사람을 포함해 모두 19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호텔 앞 버스에서 내린 뒤 뒤늦게 생수를 사기 위해 나머지 일행에서 떨어졌다. 가이드로부터 “파리에는 소매치기, 강도 등이 많으니 조심하고 일행과 떨어지지 말라”는 주의를 여러 차례 듣긴 했지만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 했다.

그런데 정씨와 성씨는 서둘러 일행을 쫓아 호텔에 가기 위해 호텔 마당을 가로질러 가다 강도를 만나 가방까지 빼앗겼다. 전에는 이런 강도 사건이 일어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인솔자 이씨 탓에 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여행객이 모두 하차한 뒤 인원을 확인하고 함께 로비로 이동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합류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일행들만 인솔해 떠나는 바람에 강도를 당했다”며 빼앗긴 물품비와 치료비, 위자료 등을 합해 각각 887만원, 539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여행사를 상대로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와 성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강영호 판사는 두 사람이 해당 여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여러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 상품의 특성상 인솔자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강 판사는 “패키지 해외관광 여행은 여행비 절감을 위해 한 명의 가이드가 많은 일행을 인솔하기 게 대부분이고 패키지 여행을 신청한 사람도 이 점을 잘 알고 여행계약을 체결한다”며 “해외여행의 경우 혼자서 일행을 보호하고 인솔하는 데 한계가 있어 여행객이 협조해 가이드 말에 따라 일행과 함께 움직이고 자신의 물품을 스스로 잘 간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가이드 이씨는 원고를 포함해 19명을 인솔하고 있어 원고들도 다른 일행과 함께 움직여야 했는데 미리 생수를 사지 않고 뒤늦게 생수를 사기 위해 버스로 가는 바람에 일행과 떨어지게 됐다”며 “이씨로서는 호텔 안으로 들어온 이상 특별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먼저 내린 일행들을 안내해야 하므로 그들과 함께 간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가이드 이씨가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로 원고들이 피해를 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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