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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금융의 꿈★)⑮해외영업 패러다임을 바꿔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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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정 기자I 2009.12.04 09:35:36

"한국 기업·교포 의존형 영업 탈피..현지화 추진"
해외 당국간 네트워크 구축해 실질적 지원도 필요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A은행 김 차장은 몇 년간 꿈에 그리던 싱가포르 점포 파견 통지를 받았다. 김 차장은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무역 중심지 중 한 곳인 싱가포르에서 투자은행(IB) 업무와 수출입 금융으로 눈코 뜰새 없을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막상 도착하니 현실은 달랐다.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단순한 영업과 정보수집이 주요 업무였다. 게다가 일과의 절반은 싱가포르를 방문한 정부 관계자, 금융 관계자를 영접하는 의전 업무로 채워졌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의 실상은 글로벌 금융을 외치기에 너무도 미약하다. 국내 11개 은행이 31개국에 128개 해외 점포를 냈지만 국내 기업이나 교포를 상대로 한 영업이 90%를 차지한다. 사무소를 제외하고도 해외 영업점 순이익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평균 30억원에도 못 미친다.

은행들도 과거와 같은 방식의 해외 영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허울만 있는 해외 점포 숫자, 허상에 가까운 글로벌 순위 목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질(質)적 성장을 추구해야할 시기다. 기존의 소극적인 틀을 깨고 이제는 해외 영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해외 금융의 한계..무엇이 문제인가

시중은행들은 하나같이 해외 진출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해외 전문 인력과 현지에 적합한 IT시스템 부재, 문화 차이와 정보 부족으로 인한 비즈니스모델 구축 실패 등 인적, 물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집중 공략하고자 하는 중국, 동남아 등 국가의 경우 대부분 정부의 각종 규제로 현지 영업하는 데 있어 곳곳에서 벽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현지 설립 인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인가를 받은 후에도 내국인 고용 의무비율, 영업범위 등 차별적인 요소가 널려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리스크 테이킹`에 더욱 민감해져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게 된 것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직후 값싼 매물이 많이 나왔고 역발상으로 공격적인 접근을 할 수 있었는데, 국내 금융사들은 더욱 움츠러들었다"면서 "중국 공상은행의 경우 오히려 위기로 인해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해외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진출에 여러가지 위험 요인들이 있지만 어느 정도의 리스크 테이킹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현지화 도전하라" 접근 방식의 전환

손영환 부행장(좌), 최승남 단장(우)

은행들은 과거와 같이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 교포들을 상대로한 `한국 의존형` 해외 영업으로는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현지에서 현지 고객을 상대로 새로운 영업 항로를 개척하는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최승남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단장은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이제는 해외 영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서 "해외 소매영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중국 인민폐 직불카드 상품과 같은 현지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유망지역 위주로 지역전문가를 파견해 금융전문가로 키우는 등 현지고객 영업기반을 차곡차곡 다져야한다 "고 말했다.

손영환 국민은행 투자금융그룹 부행장은 "해외시장에서 현지고객을 상대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인 영업인프라와 소프트웨어인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확고한 뒷받침이 필수"라며 "현지화를 목표로 해외 금융사를 인수하거나 합작회사(JV)를 설립해 현지 사정에 능통한 임직원들과의 협력을 통한 해외 진출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인수 이후 현지화에 안착하기 위해 기존 행장을 유임시켰고 상임이사 4명 중 3명, 부행장 5명 중 3명을 현지 임원 그대로 유지했다.

조용병 신한은행 자금국제그룹 전무는 "단순히 해외에 네트워크를 확장한다고 해서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진정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개척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는 안정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는 경영기조를 유지해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완충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양용승 하나은행 기업영업그룹 부행장은 해외 진출 전 충분한 사전 시장 조사 뿐 아니라 최대한 현지 인력 활용, 현지 금융감독 당국 및 금융기관과의 친밀도 제고, 정기적인 사회공헌과 문화행사 지원, 영업 및 기술적 노하우 전파 등을 통해 현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체계적 지원 절실

▲ 조용병 전무(좌), 양용승 부행장(우)
정부는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내에 금융중심지지원센터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서 금융중심지지원센터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금융사는 찾아볼 수 없다. 문을 연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각 국의 법령 등을 수집해 설명회를 여는 정도다.

개별 금융사들의 자체 노력에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시간과 에너지가 크게 단축될 수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감독과 규제로 통제만 할 것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실질적인 서비스와 교류를 통해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손영환 국민은행 부행장은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진출 예정국과 당국간 업무협약 등을 통해 수시로 진출∙입 및 금융감독기준 정보를 구축해, 개별 금융사가 정보를 수집하고 시장조사에 투자하는 노력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에서 해외 진출 금융사들이 회계적 손익이나 주가 등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수익이 극대화 될 수 있는 경영역량 및 기반을 갖춰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승남 우리은행 단장도 "국가에 따라 현지 인가 조건에 감독당국간 업무협조도를 반영하는 등 해외 금융감독당국과의 정보교환 채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관심지역을 중심으로 현지사무소 설치 등을 통해 당국간 친분을 쌓고 국내 금융사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면 해외 진출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흥시장 M&A로 성장동력 찾는다

4대 시중은행의 해외 영업을 총괄하는 임원들의 해외 진출 전략에는 일맥상통하는 키워드가 있었다. 신흥시장, 그리고 인수합병(M&A)이다.

손영환 국민은행 부행장은 "문화적 유사성과 접근성이 강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키르기즈스탄 등 CIS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남아시아, 그리고 중국이 집중 공략 대상"이라며 "M&A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현지 법규상 M&A가 불가능하거나 매물이 없는 경우 일부 지분투자나 지점 설립 등을 통해 우선 진출한 후 규제 완화시 M&A를 추진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은행 전무는 "일본, 중국, 미국 등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지역과 베트남, 인도 등 성장성 있는 이머징 마켓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글로벌 리테일(소매)을 구현할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보고 해외점포의 자율성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자율성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승남 우리은행 단장은 "그동안 국외점포의 영업수익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시장의 영업수익 성장률은 둔화되는 반면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의 비중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브릭스(BRICs) 국가, 자원부국 등 성장 전략지역과 신흥시장 중심의 진출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미개척 신규시장에 대해서는 향후 영업망 구축기반 마련을 위해 사무소 형태로 운영하면서 영업점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되 수익성, 성장성이 기대되고 시장 이해도가 높은 지역에 대해 현지은행 M&A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용승 하나은행 부행장은 "동아시아 선도 금융그룹에 진입한 후 궁극적으로 아시아 기반의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발전을 모색할 것"이라며 "중국 동북 3성을 집중 공략해 이 지역 리딩뱅크로 자리잡는 한편 베트남 사무소를 최대한 빠른 시일내 지점으로 전환하고,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뱅크 외에 현지 중견은행 M&A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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