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일곤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아이온`에서 사용되는 자동 사냥프로그램, 일명 `봇`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상용화 초기부터 봇 근절을 위해 계정 영구제한조치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오히려 사용자는 시간이 흐를 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가에선 지난 2분기 엔씨소프트 국내외 실적이 기대치에 크게 못미친 이유 중 하나로 아이온 봇 계정 증가를 꼽을만큼 봇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용화 초기 수천에서 최근 수만개로 급증
11일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에서 자동사냥 프로그램(봇)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5만8569개 계정을 영구이용 제한조치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상용화 초기부터 매달 봇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계정을 영구제재 조치 시키고 있는데 초기 수천여개였던 압류된 계정수가 최근들어 6만~7만개로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회사는 지난 7월에 6만여개, 6월 4만여개, 5월 8만여개, 4월 7만여개 봇 계정을 압류했다.
이는 상용화 초기인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압류된 계정 규모가 매달 수백에서 수천여개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큰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봇이란 온라인게임에서 게이머 대신 몬스터 사냥을 대신해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능력치를 올려 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힘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아이온에서는 오토 사용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아이온은 `리니지` 처럼 아이템 현금 거래를 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갖춰 봇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가 봇 사용자를 색출하는 등 근절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사용자수가 워낙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다 프로그램 자체도 점차 지능화돼 완전히 뿌리뽑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적에도 영향 "아이온 모멘텀 약화될 것"
봇의 확산은 게임 내 경제 시스템 붕괴는 물론 이용자 재미를 반감해 결과적으로 사용자 이탈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봇 근절 노력을 펼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회사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증권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분기 엔씨소프트 실적이 시장 초기 기대치를 크게 밑돈 것도 `봇`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종화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아이온 국내매출이 전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게임산업의 계절적 비수기 영향 외에도 오토 프로그램(봇) 이용자 근절 영향도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온의 봇 이용 근절로 인한 계정 폐쇄는 매월 7~9만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구조적인 현상으로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씨소프트도 중국 시장에서 `아이온`이 초기 폭발적 흥행 돌풍에도 불구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이유 중 하나로 봇을 꼽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에서 아이온 이용자수가 초기보다 감소한 것은 `봇` 유저 대처와 콘텐트 업데이트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샨다와 봇에 대한 대처 방법을 강구하고 있고 어느 정도 관리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봇` 때문에 아이온 향후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성공적인 상용화를 실시한 국내와 중국시장에서 오토프로그램에 따른 이용자 이탈과 사용 계정 정지가 이뤄지고 있어 아이온 관련 모멘텀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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