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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9배 손실차이 왜?

김국헌 기자I 2009.02.06 09:40:15

대한항공, 매출 2.5배지만 순손실 9배
임대기보다 할부 구입한 항공기 많아 `장부 평가손`
대한항공·아시아나, 실질적 적자 체감은 동등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환율·유가·경기침체 삼중고의 영향을 바로 받았다. 그러나 두 회사의 장부상 체감도는 좀 달랐다. 
 
대한항공의 순손실 규모가 아시아나항공보다 9배나 컸다. 두 항공사의 외형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손실 차이는 상당히 큰 편이다.  

9배 차이를 가른 비밀은 바로 항공기 임대에 있었다.

◇양대 항공사 외화환산손만 1.7조원
 

양대 항공사는 지난 2008년 영업적자에 비해 지나치게 큰 당기순손실을 냈다.

대한항공의 작년 순손실은 영업적자의 20배에 달하는 2조원에 육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순손실도 2271억원으로, 영업적자의 4배나 됐다.

두 항공사가 영업적자에 비해 큰 순손실을 낸 이유는 막대한 외화환산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이 지난 2007년 평균 929원에서 작년 1103원으로 뛴 탓에, 두 항공사는 지난해 약 1조7000억원의 순외화환산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매출 2.5배인데 순손실 9배?

단순히 매출 규모로 비교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순손실 규모는 지나치게 크게 차이났다. 대한항공의 매출 규모는 아시아나의 2.5배인데, 순손실 규모는 9배나 된 것.

지난 2008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대한항공(003490)은 1조95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에 매출 4조원을 기록한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순손실은 대한항공의 12% 수준인 2271억원에 불과했다.

이같은 차이는 비행기를 할부로 구입했느냐, 임차했느냐의 선택에서 판가름났다. 비행기를 리스임차한 비율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보다 장부상 부채 평가에서 더 유리했던 것.

◇비행기 임대한 아시아나, 高환율 난기류 피해



아시아나항공은 해마다 내는 항공기 임차료만 장부에 기입하면 되지만, 대한항공은 할부로 산 비행기 가격을 자산과 부채로 동시에 기입해야 한다.

비행기 한 대의 가격은 크기와 기종에 따라 2000만달러부터 2억2000만달러까지 다양하다.

예컨대 대한항공이 2억달러짜리 대형기를 할부로 샀다면, 작년 평균 환율로 환산해 장부상 2200억원의 자산이 생긴 동시에 할부 잔액만큼 부채도 늘어나게 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구입가격의 15%인 330억원만 연간 임차료로 내면 돼, 부채 부담에서 자유롭다.

실제로 현재 대한항공은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 총 124대 중에 68대를 할부로 구입(금융리스)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총 68대 중에 절반 이상이 임대한 운용리스기이다.

◇비행기 할부로 산 대한항공, 영업실적선 유리

이같은 항공기 운용구조 덕분에 당기순손익 측면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유리했지만, 영업손익 측면에서는 대한항공이 더 유리하다.

결국 항공기 임차료는 영업비용으로 나가지만, 대한항공의 할부금은 자산으로 돌아온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봐도 비행기 운용형태가 미치는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운용리스기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 영업실적에서 대한항공보다 부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에 93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운용리스기 임차료가 전년 동기 650억원에서 작년 4분기 817억원으로 26% 증가한 탓.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항공기 임차료는 15% 증가한 873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이런 이유로 대한항공은 작년 4분기에 226억원 영업흑자를 냈다.

결과적으로 고환율 상황에서 누가 더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고, 라이벌 항공사 모두 힘든 셈이다. 항공업계는 올해 침체된 수요를 되살릴 변수로 유가보다 환율에 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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