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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된 테라뷰는 세계 최초로 테라헤르츠(THz)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이다. 테라헤르츠파는 X-ray보다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훨씬 높은 해상도로 물체 내부를 비파괴 방식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전자파다. 이를 활용한 테라뷰의 장비는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의료 등 첨단 제조업 전반에서 불량률을 낮추고 품질 신뢰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돈 아논 대표는 “우리는 ‘보이지 않던 결함’을 비파괴 방식으로 포착해 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회사”라며 “테라헤르츠 기술은 이제 산업 검사 분야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I 반도체 시대를 테라뷰의 ‘2막’으로 꼽았다. AI 칩은 연산·저장·통신 기능이 모두 하나의 칩 안에 집적돼 있어, 연결부(커넥션)에서 생기는 미세 결함이 전체 성능을 좌우한다. 이런 복합 구조를 비파괴 방식으로 검사할 수 있는 장비는 현재 테라뷰의 ‘EOTPR(Electro-Optic Terahertz Pulse Reflectometry)’이 유일하다. 이 장비는 전자파 반사 신호를 통해 칩 내부의 단선이나 접합 불량을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기술로, 업계에서는 ‘반도체 CT 스캐너’로 불린다.
이 기술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도 이미 입증됐다. 돈 아논 대표는 “엔비디아(NVIDIA)가 자체 생산라인뿐 아니라 협력사들에게도 테라뷰 장비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며 “결함 검출률 향상과 불량률 감소 효과가 검증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외에도 이차전지·자동차·항공우주·의료기기까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전극 두께 불균형, 분리막 손상 등 내부 결함을 비파괴 방식으로 진단해 불량률을 90% 이상 낮추며 자동차 부문에서는 차체 도장 두께 및 레이더 센서 검사를,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복합소재 균열 검사를 수행한다.
코스닥 상장은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한 거점 확보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테라뷰 전체 매출의 약 30%는 한국 고객사에서 발생한다. 삼성전자 등 주요 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이차전지와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이 주 고객이다. 그는 “한국 매출 비중을 향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자동차 산업이 모두 강한 제조 강국으로, 테라뷰의 성장과 기술 실증이 가장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테라뷰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400억원(공모가 상단 기준)을 조달한다. 자금은 한국 내 연구개발(R&D)·생산라인 확충, 반도체 자동화 검사장비 개발, 6G 테라헤르츠 센서 연구 등에 투입된다. 그는 “6G용 테라헤르츠 센서 ‘6G Solve’의 프로토타입이 이미 완성돼 있다”며 “3~4년 내 스마트폰 수준으로 소형화해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민감 산업에 대한 리스크를 묻자 돈 아논 대표는 “테라뷰의 모든 장비에는 동일한 ‘테라헤르츠 엔진’이 탑재돼 있어 한 산업이 흔들려도 이 엔진을 기반으로 제약·항공우주·의료기기 등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며 “하나의 원천 기술로 산업 다각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테라뷰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상장은 단순한 외국기업의 IPO가 아니라, 한국 산업 생태계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첫 글로벌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미”라며 “반도체 검사장비 고도화, 6G 센서 상용화, 의료·항공·제약 분야 확장을 축으로 ‘테라헤르츠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