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셔서 너무 당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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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김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대체 노인들은 왜 화장실 문을 잠그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이런 글들엔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부분, 심지어 문을 잠그지 않은 노인이 오히려 화를 내 불쾌했다는 경험담도 상당했다. 일부는 ‘나이 들고 주책이다’ ‘비위 상한다’는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들의 이러한 행동엔 이유가 있다. 노인들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 혈압 문제로 쓰러지는 경우들이 있는데, 문을 닫아놓으면 발견이 늦어지게 되고 큰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들은 화장실 문을 열어 놓으라고 조언을 듣기도 한다. 고령의 할머니가 있다는 20대 여성 A씨는 “할머니가 지병이 있으신데, 화장실에서 일을 보시다가 쓰러지실 수도 있어 혹시 그럴 경우 발견이 늦어질까 봐 문을 잠그지 말라고 한다”며 “요즘 비상벨이 있다고 말씀드리기도 하는데, 비상벨 설치도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고령으로 신체적 혹은 인지능력이 떨어져 문을 못 닫을 수도 있다. 볼일이 급해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문을 잠그거나, 물을 내리는 것을 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는 요실금 같은 지병이 있는 경우 볼일이 급해 문 잠그는 것을 잊는 경우도 있다. 전철역에서 만난 한 70대 노인은 “일부러 문을 안 잠그진 않는데 깜빡깜빡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요양사인 60대 여성 김모씨는 “어르신들은 손아귀에 힘이 없어서 무언가 잠그고 풀 때 어려워하시기도 한다”며 “전철역 화장실 잠금방식은 그래도 익숙해 하시지만 최근 휴게소나 일부 시설의 잠금장치를 어려워하시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때 문을 잠그고 안 열릴까 봐 두려워하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장실과 유사한 사례는 많다. 노인들이 본인 스스로 귀가 잘 들리지 않다 보니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한다거나, 괄약근을 제어하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방귀가 나와 냄새를 풍기는 일들이다. 노인들의 배려심 없는 일들로 여겨지고, 노인 혐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노인들의 행동에 이유가 있음을 알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시니어 인식 개선 강사 박미송 다감연구소 대표는 “젊은 층이 봤을 땐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긴 하겠지만 비난만 하지 말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여러 연령대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 구성원을 살피는 것이다. 추석을 맞아 가족 구성원을 잘 살피며 이해해보고, 향후 대입해보기도 하면서 노인도 젊은 층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