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사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 속 앱은 세상을 보는 창이자 혁신의 촉매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제조업 1번지 울산시의 경제수장인 조 부시장은 이른바 ‘앱 경제’(앱을 통해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를 알리는 전도사를 자처했다. 직접 펴낸 책 ‘넥스트 킬러앱’을 통해서다.
울산시는 현대자동차(005380)·현대중공업·에쓰오일 등 대기업 공장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기업 도시다. 완성차, 초대형 선박 등을 제조·생산하는 하드웨어 인프라가 울산을 먹여 살린다.
조 부시장이 울산의 DNA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앱에 주목하는 것은 잠재력과 경제적 파급 효과 때문이다. 이제는 대중의 선택을 받은 앱이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성장을 거꾸로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워포인트 같은 단순 업무 지원 프로그램이 컴퓨터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손바닥 안의 모바일 앱이 애플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 부시장은 “지금은 앱이 기업이고 기업이 곧 앱인 시대”라며 “잘 만든 앱 하나가 어설픈 기업보다 더 큰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조 부시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력 대부분을 기획재정부에서 쌓은 전통 경제 관료다. ‘국제 금융통’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기구에서 디지털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일자리·생산성 등 사회 변화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며 그도 4차 산업혁명 등 정보·기술(IT) 분야로 눈을 돌렸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다룬 논문을 작성해 공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조 부시장이 말하는 킬러앱이란 단순 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보다 훨씬 큰 개념이다. 소비자 선택을 받아 관련 기술의 확산과 시장 판도를 재편하는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그는 “한국도 배달의 민족, 토스, 당근마켓 등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편리한 기능을 갖춘 킬러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면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앱 경제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방향성을 반영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지난해 인공지능(AI) 대학원 교육 과정을 신설했다. 올해도 울산시 주도로 반도체와 바이오 헬스 교육 과정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킬러앱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 육성에 나선 것이다. 울산시는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선박 도입 등 기존 제조업체의 변신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조 부시장은 “앱 경제에서는 무엇보다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가 중요하다”며 “대형 플랫폼을 가진 대기업이 그 플랫폼 안의 수많은 앱 기업들과 기존 제조업의 원하청 같은 주종 관계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앱 경제 다음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탄소의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과 태양광·풍력 등 재생 에너지다. 조 부시장은 “수소 연료 전지, 인공 태양 등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