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해군 창설일이 11월 11일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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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I 2020.11.15 11:36:31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11월 11일은 대한민국 해군 창설 75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 해군의 모체인 해방병단(海防兵團)은 광복 직후인 1945년 11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관훈동 표훈전에서 출발했습니다. 손원일, 정긍모, 김영철, 민병증, 변택주 등 여러 해양 선각자들이 조국 해양 수호를 목표로 자발적으로 모여 3군 중 최초로 창군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 해군은 제대로 된 함정 하나 갖지 못했습니다. 지휘관이 타는 기함(旗艦)인 ‘충무공함’은 일본 해군이 건조하다 버리고 간 경비정이었습니다. 이에 해군 부인들이 삯바느질에 세탁까지 해가면 돈을 보태고 국민 성금을 모아 어렵게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을 도입했습니다.

특히 3면이 바다인 지형적 특성으로 해병대 창설 필요성이 제기돼, 병력이나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도 1949년 4월 15일 해병대를 창설했습니다. 창군기의 이같은 노력들은 6.25 전쟁 당시 눈부신 활약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해군의 모습으로 발전하는 기반이 됐습니다.

실제로 75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해군은 이지스함과 3000톤급 잠수함을 보유한 세계 8위 수준의 해군력을 자랑합니다. 이역만리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으로부터 납치된 우리 국민을 구조하고 선박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연합 해군 기동부대의 사령관 임무도 수행하며 세계 해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경남 창원 진해 군항에서 열린 해군 창설 제75주년 기념식에서 해군 장병들이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군 창군정신, 신사도 정신

해군의 기저에는 창군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장보고 정신’, ‘충무공 정신’, ‘손원일 정신’ 입니다. 우선 장보고 정신은 △해양개척 정신과 △무역을 통해 나라를 튼튼히 할 수 있다는 무역입국 정신 △백성을 위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위민보국 정신 △이웃 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며 잘 사귀는 선린우호 정신 △시대선도 정신 등이 핵심입니다. 충무공 정신은 △나라를 사랑하고 △정의를 앞세우며 △책임을 완수하고 △창의로 개척하며 △희생을 감내하는 정신을 의미합니다.

해군 창설의 주역인 손원일 제독은 이같은 장보고 정신과 충무공 정신을 계승해 해군 창설과 운영 과정에서 이를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손원일 정신의 핵심이 △자주독립과 △보국위민 △유비무환 △인본주의 등을 포함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특히 손원일 제독은 신사도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신사도 정신은 단지 단정하고 멋있는 옷을 입는 외양적인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의로움과 명예로움을 실천하는 정신적·행동적 측면도 담고 있습니다.

해군은 신사여야 하고 해군 조직도 신사도로 운영돼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이는 학식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하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선비와 맥을 같이 합니다. 손원일 제독이 해군 창설일을 11월 11일에 맞춘 까닭입니다. 선비를 뜻하는 한자 ‘士’(사)를 풀어쓰면 ‘十’(십)과 ‘一’(일), 즉 11이 됩니다. 이 선비 士자가 두 개 겹치는 날이 11월 11일인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해군 실천지침에는 신의와 책임, 정치색 배제, 지역 차별금지 등을 담고 있습니다. 또 정직, 청렴, 성실, 용기, 동료애, 관용, 교양, 개방성, 인본주의, 합리적·민주적 해군 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하며 나라가 위태로울 때 헌신하는 신사도 정신입니다.

지난 2018년 10월 제주 인근해상에서 진행된 2018 해군 국제관함식에서 해군 항공 전력과 함정들이 해상 사열하고 있다. [사진=해군]
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해군

지금 우리 해군은 2045년 해군 창설 100주년을 맞는 시기에 대비해 ‘선진해군’ 건설을 목표로 항진하고 있습니다. 선진해군이란, 지난 4월 제34대 해군참모총장으로 취임한 부석종 대장의 지휘 철학입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해군의 자랑스런 역사와 창군 정신을 바탕으로 선진 민주군대에 걸맞는 선진해군상을 정립하자는 슬로건입니다. 이를 위해 해군은 창군정신, 특히 신사도 정신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창군정신 함양을 위한 정체성 교육과 신사도 정신 가치관 연구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 해군의 유형 전력은 선진해군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승패는 단순히 병력 수와 무기, 장비, 물자 등에 의해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것을 운용하는 사람에 의해 좌우됩니다. 조직문화와 팀워크, 전승 의지 등 무형의 전력이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발전할 때 필승을 보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해군은 창군정신을 기반으로 선진해군 구현을 위한 담금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장병들이 근무하고 싶어하는 해군, 장차 해군에 복무할 예비 장병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해군, 자식을 군에 보내야 하는 국민들이 보내고 싶어 하는 해군을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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