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우리는 야구 경기를 볼 때 투수가 일구 일구 투구할 때마다 어떤 하나의 숫자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해당 투구의 속력이다. 이를 우리나라는 시속으로 미국은 마일로 표시한다.
높이 25.4cm의 투수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8.44m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까지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0.4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투구의 속력을 우리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먼저 야구공의 속력을 측정하는 기구는 자동차의 과속을 측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피드 건(speed gun)이다. 스피드 건은 움직이는 물체의 속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로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를 이용한 레이더 기기다.
도플러 효과란 파동을 발생시키는 파원(파동이 처음 만들어진 곳)과 관찰자가 상대적으로 가까워지면 파원이 내놓는 파동의 진동수보다 높은 진동수(주파수)가 관찰되고 멀어지면 낮은 진동수가 관찰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현상을 처음 설명한 19세기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도플러의 이름을 기념하기 위해 이렇게 명명됐다.
스피드 건은 자동차나 야구공 등 움직이는 물체의 속력을 측정하기 위해 해당 물체로 레이더파(입사파)를 쏜다. 하지만 이 레이더파는 물체에 닿는 순간 반사(반사파)돼 되돌아온다. 물체가 관찰자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으므로 도플러 효과에 의해 진동수가 증가한다. 같은 매질(파동을 전달하는 물질) 안에서 파동의 속력은 일정하기 때문에 진동수와 파장은 반비례(속력=진동수×파장)한다. 즉 스피드 건에서 발사할 때의 진동수와 물체에서 반사돼 돌아온 진동수를 비교하면 해당 물체의 속력을 구할 수 있다. 스피드 건 내부에 장착된 컴퓨터는 안테나에서 발사될 때의 진동수와 물체에서 반사돼 되돌아온 진동수를 비교해 해당 물체의 속력을 계산해 낸다.
이 같은 도플러 효과는 비단 움직이는 물체의 속력 측정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적용되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 소음에서도 이 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 구급차가 경적을 울리면서 내 쪽으로 다가올 때와 내 쪽에서 멀어질 때의 소리의 고저가 다른 것은 바로 이 도플러 효과 때문이다. 경적을 울리며 다가올 때는 음파의 진동수가 증가해 경적 소리가 보다 고음으로 들리고 똑같은 경적 소리라도 내게서 멀어질 때는 음파의 진동수가 감소해 상대적으로 저음으로 들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편집자 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