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女흡연자들..흡연장소 찾아주는 앱까지 등장

서울 강남의 한 커피전문점이 흡연좌석을 폐쇄했다는 내용을 공지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직장인 김소연(34. 가명)씨는 요즘 스트레스가 부쩍 늘었다. 10년째 흡연자인 그녀는 마음 편히 흡연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길에서 여성이 담배 피우면 좀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거든요. 올해부터는 커피전문점도 흡연실을 죄다 없애버렸잖아요. 마땅히 담배 피울 곳이 없어서 이참에 끊기는 끊어야겠다 싶기는 한데, 마음대로 잘 안되네요.”

김씨같은 흡연자를 위해서 주위에 흡연장소를 찾아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지만, 흡연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애플리케이션 ‘하이스모커’. 자신의 위치 근처에 있는 흡연장소를 알려주는 기능을 갖췄다.

특히 여성 흡연자는 더 곤혹스럽다. 국내 성인 여성의 흡연자 비율은 7.9%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은 흡연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이보다 2배 이상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매일 흡연할 곳을 찾아 방황한다.

커피전문점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국민건강증진법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커피전문점은 그동안 유리벽 등으로 칸막이를 쳐서 운영하는 흡연좌석을 대부분 없앴다.

테이블과 의자를 빼고 환기 시설을 갖춘 별도의 전용 흡연실로 바꾼 곳도 일부 있지만, 숫자가 많지 않다.

카페베네의 경우 가맹점의 80%가량이 흡연좌석을 운영했지만, 올해 들어서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한 곳은 14% 수준에 불과하다. 탐앤탐스도 가맹점의 5% 정도만 흡연실을 운영하는 정도다.

그나마 롯데리아에서 운영하는 엔제리너스가 비교적 흡연실이 많은 편이다. 2년 전부터 흡연좌석을 전용 흡연실로 전환하는 작업을 준비해, 290여개 점포가 환기시설을 갖춘 흡연실을 운영하고 있다.

갈 곳을 잃은 흡연자들은 소수의 흡연실로 몰리게 마련이다. 흡연실을 대폭 줄일 사업장은 매출이 평소보다 10~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커피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여성 흡연자들의 경우 흡연실을 갖춘 커피점을 찾아 줄담배를 피우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정부의 금연정책에 반해서 본사에서 흡연실을 늘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흡연자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커피전문점의 흡연좌석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편다.

국민건강증진법에는 시설물의 소유자가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을 뿐, 흡연자가 커피나 음료를 들고 자발적으로 흡연실에 가서 마시는 행위를 점주가 금지할 수 있는 권리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또 시행규칙에 ‘흡연실에 재떨이 등 흡연을 위한 시설 외에 탁자 등 영업에 사용되는 시설을 설치해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영업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흡연자를 위한 간이의자 등은 설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업시설을 모두 금연구역으로 설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흡연자단체의 주장이 과도하다란 지적도 많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운영자는 “금연구역은 대폭 확대하면서 제대로 된 흡연석을 마련해주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인 금연폭력에 매년 수조원의 담뱃세를 납부하는 흡연자들의 시름은 깊어져 간다”면서 “최소한의 흡연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