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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전성시대]"융합과 감성케어에 주목하라"..캐릭터의 경제학

김현아 기자I 2014.12.25 12:33:51

"융합과 감성케어에 주목하라"..캐릭터의 경제학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990년대 TV에서 더빙해 주던 ‘파워레인저’를 보고 엄마에게 3000원짜리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던 시절, 캐릭터는 애니메이션과 완구 업체들의 전유물이었다. 파워레인저는 지난해 2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가잘 잘 나가는 캐릭터로 꼽힌다. 캐릭터의 주요 고객이 아직은 아동들이기 때문이다.

국내 캐릭터로는 뽀통령 ‘뽀로로’, 도시하수구에 사는 애벌레 ‘라바’, 변신 자동차 ‘또봇’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파워레인저 구형 모델(좌)과 스펀지밥 레고 시리즈. 파워레인저는 한국문화캐릭터산업협회가 꼽은 최강의 외국 캐릭터다.
하지만 국내 캐릭터 시장은 여전히 외산 캐릭터가 대세다. 한국콘텐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외산 대비 국내 캐릭터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6대 4 정도로 외산이앞선다. 토종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해 투자가 쉽지 않고 유통에서의 경쟁력도 뒤지기 때문이다. 이정훈 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사무총장은 “레고가 변신을 위해 투자하고 개발한 데 비하면 국내 완구회사들은 게을렀다”면서 “타깃을 유아에만 두지 말고 웹툰 등 다른 콘텐츠들과 융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통적인 캐릭터 업계가 출산율 저하로 아동 인구가 줄면서 느끼는 고민은 국내외가 동일하다. 하지만 덴마크 완구회사인 레고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로 프로그램이 가능한 로봇제작 도구인 ‘마인드스톰’을 미국 MIT 대학과 공동개발해 교육 완구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또한 레고는 소니, 텍사스인프트루먼트 등 전자업체와 협력해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맞는 기술집약형 완구를 출시할 예정이다.

◇스토리를 알리고 융합에 주목하라

스토리에 자신 있다면, 애니메이션과 완구를 넘어 융합에 도전해볼 만 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구 시장에서 영실업의 변신자동차 로봇 ‘또봇’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데 이어 시내버스 캐릭터 ‘꼬마버스 타요’, 애벌리 2마리 ‘라바’ 인기도 되살아나고 있다.서울시가 토종캐릭터를 활용해 라바 지하철, 타요 버스를 운영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차량 앞부분에 눈, 코, 입을 붙인 ‘꼬마버스 타요’ 버스가 지난 3월말부터 도로를 누비자, 4월 온라인쇼핑몰 옥션에서만 관련 완구 판매량이 작년 대비 160% 증가했다. 라바 역시 라바 지하철’ 운행 검토 소식이 알려진 올해 상반기부터 이미 관련 장난감은 온라인 쇼핑몰 완구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좌로부터 (주)투바앤의 라바, 영실업의 ‘또봇’, 아이코닉스의 ‘뽀로로’
최근 도시 하수구에 사는 애벌레 ‘라바’는 서울 도심 청계천의 안전도우미로 나서기도 했다. 서울시가 광고인 및 대학생 재능기부 모임인 서울크리에이터즈 싱크(SYNC)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반영해 청계천 8곳에 캐릭터 라바를 주인공으로 ‘청계천 안전수칙 게시판’을 설치한 것이다. 금지문구 중심의 딱딱하고 단조로운 안내문을 ‘청계천을 기분 좋게 즐기는 8가지 방법’이란 제목으로 바꿨는데, 시민은 친근함을 느끼고 캐릭터 라바의 유통창구는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박상수 주임은 “현재의 캐릭터 수익모델은 필름과 상품 두 가지인데, 필름의 경우 CGV나 헐리우드에 팔아야 돈이 되나 상영 빈도가 낮아 제작비의 20~30%도 회수하기 어렵다”면서 “애니메이션만 만든다고 끝이 아니고, 디자이너나 IT 쪽 인력외에 유통전문가, 법률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화된 감성’이 또 다른 키워드…카카오와 네이버의 진출

전통 캐릭터의 강자는 애니메이션·완구 업체들이지만, 1979년 대웅제약이 곰 캐릭터를 등장시킨 간장약 우루사 광고를 선보인데 이어 200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캐릭터 광고’가 본격화됐다. KT의 ‘메가캣’, 삼성카드 ‘포인트맨’, 현대카드 ‘W’ 곰 캐릭터, 기아자동차 뉴 스포티지의 무협만화의 역동적인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2006년 안방 극장에 선보인 ‘메가캣’은 눈에 보이지 않는 초고속인터넷(메가패스)의 이미지를 고양이(메가캣)으로 보여줬다. ‘안녕 나는 메가캣이야. 인사해 내 친구들이야. 클래지콰이, 낸시랭… 타다닥. 타다닥. 신나는 탭댄스 같이 출래? 메가패스에서 말이야.” 녹색바탕의 흑백필름이 나오면서 탭댄스 추는 고양이를 등장시킨 것이다. 당시 KT 브랜드 전략 담당 차영 상무는 “초고속인터넷은 자체로 보면 스토리가 없고, 가족 모두가 함께 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편리한 도구일뿐이어서 조금은 쌀쌀맞아 보이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고양이를 내세워 인터넷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KT가 2006년 선보인 초고속인터넷(메가패스)의 캐릭터 ‘메가캣’. 만국공통어인 캐릭터를 이용해 ‘속도’가 아닌 인터넷이 내게 가져다 주는 실생활의 즐거움을 보여주려 했다.
당시 KT의 ‘메가캣’ 광고는 너도나도 ‘인터넷의 ‘속도’를 강조하던 때 나와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 광고는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정신만은 정보기술(IT) 업계의 캐릭터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별 기능보다는 기업의 이념이나 브랜드 스토리를 소비하는 추세 말이다.

대표적인 게 메신저 업계의 캐릭터 전쟁이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메신저 이모티콘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캐릭터화되고 있는 것이다. 카톡의 이모티콘(카카오프렌즈)와 네이버 라인의 ‘라인프렌즈’는 코엑스몰과 서울 롯데백화점, 에버랜드 등에서 인형과 커피잔 세트 등으로 팔리고 있다.

IT서비스의 캐릭터화는 ‘5G(세대) 통신망의 도래’와 ‘개인화된 감성주의’와 맞물려 더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의 LTE보다 1000배 빠른 5G가 사용화되면, 사람뿐 아니라 사물도 다양한 센서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고 이런 데이터들이 빅데이터 과정을 거쳐 클라우드에 올라가면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리 되면 기업이 만들고 정의한 상품이 아니라, 나(고객)를 위한, 나에 의한 서비스가 대세가 되는데, 이 때 캐릭터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친구와 싸운 뒤 카톡으로 보내는 ‘화해요청’ 이모티콘이 마치 나를 대신해 주는 것처럼.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내 아바타 같은 로봇이 나오고, 일하는 엄마를 위한 시간관리 서비스, 노령 인구 증가에 따른 노인 자살 방지 아바타 같은 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27일 문을 연 카카오프렌즈 브랜드 스토어 코엑스점에서 모델들이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다음카카오)
◇국산 캐릭터, 인터넷 타고 해외로 간다…걸림돌은 불법복제품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향후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5년간 연평균 5.6%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른 2017년 시장규모는 2조 3520억달러나 된다. 하지만 아직 국내 캐릭터 기업의 수출국가는 전 세계 캐릭터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북미나 두번 째로 큰 유럽보다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나 남미 쪽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IT를 활용한 글로벌 콘텐츠 유통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대표 캐릭터인 뽀로로의 제작사인 아이코닉스는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알리바바와 손잡고 중국으로 간다. 내년부터 2000여 개의 뽀로로 머천다이징(MD) 상품을 알리바바의 인터넷 및 모바일 쇼핑몰 ‘티엔마오’(이하 티몰)에서 팔기로 했다. 티몰에 입점한 뽀로로가 글로벌캐릭터 ‘디즈니’, ‘키티’와 당당하게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대원미디어 역시 핵심 경쟁력인 국내 최대 콘텐츠를 활용해 모바일과 태블릿PC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캐릭터 산업은 매출액 기준 7조 5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30%에 육박하는 2조 원 이상이 불법 복제품 시장일 정도로 골칫거리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저작권보호센터 내에 캐릭터 단속 전담팀을 구성해 2~3개월 단위로 상시 단속하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올해는 정품 사용 캠페인만 벌였다.

이정훈 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사무총장은 “1970년대 짝퉁 나이키가 많았듯이 짝퉁은 산업의 파이를 줄이지만 그렇다고 크게 늘지도 않는다”면서 “(짝퉁 단속보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 세계 시장에서 울고 웃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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