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민감한 일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 사안인 만큼,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가볍게 희화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청조 씨의 말투를 패러디하는 현상은 jtbc에서 전 씨가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 일부를 공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Next time(다음)에 놀러 갈게요”, “I am(나는) 신뢰에요”라는 식의 영어 섞인 문구가 많았는데요. 해당 보도가 전해진 후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창에는 전씨가 사용한 “I am~”이라는 문구로 도배가 됐고, 전 씨의 이름을 따서 ‘휴먼청조체’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전청조 밈’이 퍼지자, 일부 업체는 이 밈을 활용한 문구로 제품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전자상거래업체 위메프는 최근 화장지 특가 판매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전송하며 ‘I am 특가에요~’ ‘광고 OK(알겠다)..’ ‘Next time(다음)은 없어요~!’라는 문구를 활용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I am 단풍이에요” “Next time은 내년이에요” “family(가족)와 friend(친구)랑 같이 오면 I am 넘 행복한 단풍 나들이에요”라며 가을 축제 방문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31일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전씨를 패러디한 ‘전충주’라는 제목의 7초짜리 짧은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을 보면,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 종이컵을 든채 경호원 두 명에게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전청조씨가 앞서 재벌 3세를 가장하기 위해 경호원을 대동한 모습을 패러디한 건데요. 이와 함께 자막에는 “I am 충주에요”, “Ok… 그럼 Next time에 기부할게요. 고향 Love 기부제”라는 문구를 넣어 홍보하면서 영상은 마무리 됩니다.
지자체의 공공 정책을 홍보하는 영상에 전청조씨의 말투를 패러디한 건데,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센스 있다”, “성공적인 홍보”라는 칭찬도 많았지만 “실제 사기 피해자가 있는데 이런 패러디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명백한 사기 피해자들을 양산한 사기꾼이 사기를 위해 쓴 말이라면 적어도 공공기관이나 정부의 마케팅에서는 지양해야 하지 않겠냐는 비판의 반응입니다. 맞춤법상으로도 ‘I am 신뢰예요~’가 맞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인데, 너무 심각하게 몰아가는 것 아니냐” vs “남의 불행을 웃음거리로 전락해도 되는 거냐” 누리꾼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어(말)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을 실현하는 연장입니다. 특히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는 인권이자 배려이고, 나아가 세대 통합의 도구인 것입니다.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써야 합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일상생활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그 의미는 넘치지 않을 겁니다. 아울러 말에는 혼과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 말을 지키는 일이 곧 문화적 자존감을 높이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카드뉴스는 이데일리,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 일환으로 진행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