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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합의문 채택은 줄곧 불발됐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약화된 원인으로 전쟁을 지목하는 내용에 있어서 회원국 간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잇따라 합의문이 무산되면서 1999년 시작된 G20 국제 공조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논의 내용은 의장국인 재무장관의 ‘의장 요약문’으로 대체됐다.
이번 회의 합의문 서두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발리 회의에서 논의를 회고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표현을 택했다. 합의문은 “우리는 전세계의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겪고있는 엄청난 고통과 부정적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G20이 지정학적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은 아니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글로벌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중동지역에서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내용은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회의장에서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늘상 해왔고 이번에도 다수 있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관련해서는 중립적으로 이야기하는 국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격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며 “외교적으로 민감할 뿐만 아니라 사태가 아주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들은 최근 충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위험 △지정학적 갈등 △기후재난 △글로벌 금융여건 경색 등 향후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합의문은 “이런 위험 요인들은 특히 저·중소득 국가의 정책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성장을 촉진하고 불평등을 감소시키며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 재정, 금융 및 구조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G20 국제금융체제 워킹그룹에서 다자개발은행(MDB) 개혁보고서가 담은 비전과 사업모델, 재정여력 등 권고사항을 실현할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세계은행(WB)이 저·중소득국에 대한 양허성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을 확웅할 것도 요구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금융안전위원회(FSB) 통합보고서 및 로드맵’에 따라 거시경제·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간 공조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양일간 열린 회의에 참석해 “공급탄력성 회복을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해소를 촉구하고 G20에서 공급망 안정을 논의해나가야 한다”며 “높은 수준의 부채 수준과 통화 긴축에 더해 달러화 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금융안정성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