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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의회, 총리 선출 불발…정국 갈등 커지나

박종화 기자I 2023.07.14 09:17:44

원내 제1당 대표로 ''최연소 태국 총리'' 도전한 피타
의회 표결서 과반 확보 실패…관선 상원의원이 제동
19일 2차 투표…일각선 야권 분열 가능성 제기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태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를 노렸던 피타 림짜른랏(42) 전진당 대표의 야심에 제동이 걸렸다. 하원 선거에서 제1당을 차지하고도 상원 관선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의회 총리 선출 표결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이에 야권 지지자와 군부·왕실 지지자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타 림짜른랏(가운데) 전진당 대표(사진=AFP)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의회는 이날 총리 선출을 위한 상·하원 합동 회의를 열었다. 총리로 가장 유력시되던 피타 대표는 324표를 얻어 총리 선출에 필요한 과반(375표 이상) 득표에 실패했다. 하원에선 다수표를 획득했지만 250석에 달하는 상원의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태국 상원의원은 군부가 임명한 관선의원들이기 때문에 전진당 등 기존 야권에 부정적이다.

지난 5월 열린 하원 선거에서 피타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은 500석 중 151석을 얻어 제1당 자리에 올랐다. 전진당은 징병제·왕실 모독죄 폐지 등 진보적인 공약을 내세워 왕실과 군부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염증을 느낀 젊은 층과 도시 지역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이 같은 인기에도 피타 대표의 총리 선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태국 정국이 안갯 속으로 들어갔다. 이날도 피타 대표의 지지자들은 의사당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반면 군부 등 보수층은 사법권을 앞세워 반격을 노리고 있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언론사 주주의 공직선거 출마를 금지한 선거법에 따라 iTV 주식 4만 2000주를 소유하고 있는 피타 대표가 피선거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타 대표의 의원직을 박탈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의원 자격을 정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이와 별도로 왕실 모독죄 폐지 공약이 군주제 전복 시도에 해당하는지 심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피타 대표는 iTV가 이미 2007년 방송을 중단해 언론사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과 관련해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만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의회는 오는 19일 다시 회의를 열어 총리 선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19일에도 총리 선출이 무산되면 야권이 분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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