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의 일부를 대신 수행하는 기관이다. 제약사 의뢰를 받아 신약 임상시험 진행의 설계, 컨설팅, 모니터링, 데이터관리, 허가대행 등 업무를 대행한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생동성 시험을 포함해 국내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건수는 201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날 기준 국내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건수는 933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2년 1월 1일~2022년 12월 6일)의 1227건과 비교해 23% 감소했다. 매달 승인받은 임상 건수 평균치를 통해 이달 말까지 승인받을 임상시험 건수를 단순 예상해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까지 승인받은 임상시험 건수(933건)에 최근 3개월 간 평균치인 73건을 더하면 이달 말까지 예상 승인 건수는 1006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22년 1월 1일~2022년 12월 31일)과 비교하면 25% 가량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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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건수가 감소한 것은 대내외적 상황 악화로 바이오텍의 자금줄이 막힌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적지 않은 바이오텍들이 당장 자금난을 해소할 길이 없어 파이프라인을 정리하거나 임상시험 일정을 뒤로 미루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 CRO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2000여개 가량의 신약 개발 스타트업이 있는데, 5년 안에 이 중 3분의 1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며 “임상을 못하니 회사가 영업이 못하고 폐업하는 곳도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수주를 받지 못한 비상장 중소 CRO 기업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CRO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블록버스터급 대형 의약품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면서 복제약 출시에 따른 생동성 시험 수행 덕을 톡톡히 봤다. 생동성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과 원조약을 비교해 흡수율 등 생체이용률이 통계적으로 동등한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실제 지난해 임상시험 건수는 1349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3년 간 상장한 CRO도 4곳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 변화와 특허가 만료되는 대형 의약품목 수가 줄면서 먹거리가 줄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복제약 출시를 위한 생동성 시험에 대해 1건당 최대 4개 복제약에 대해서만 허가를 내주는 ‘1+3 공동생동 제한법’을 시행하고 있다.
CRO 업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용이 많이 드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국내 임상으로 돌리는 바이오 업체가 늘면서 국내 CRO 업계 1, 2위 업체들 수주는 늘어나지만 반면, 중소 업체들이 차지할 ‘파이’는 작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CRO 1위 기업 씨엔알리서치의 올해 신규 수주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512억원, 2021년 606억원을 각각 수주했다. 올해 수주 목표는 750억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수주액 825억원을 기록, 이미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차바이오텍(085660)의 자회사 서울CRO의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올랐으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연 매출액 130억~140억원 대를 기록하는 에이디엠코리아(187660)는 올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적자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