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선 후 평가위·TF 가동 안해
한달 안돼 출범했던 2024년과 대조
근본 논의 없이 선관위 이슈만 올인
전문가 “가장 큰 과제 보수재건 외부인사 참여해야”
[이데일리 노희준 안소현 김한영 기자] ‘마지막 기회.’ 2024년 10월 28일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개혁 과제를 담아 내놓은 백서(종합 보고서) 이름이다. 이 당은 2024년 4·10총선에서 패배한 뒤 같은해 5월2일 ‘총선백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그해 10월 28일 267페이지 분량의 백서를 내놨다. 그러나 6·3지방선거가 끝난 뒤 한 달이 지났지만, 국민의힘에선 총선 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위원회나 TF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투표지 부족 사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백서를 위한 TF가 없는 것은 개혁신당도 마찬가지다. 당 안팎에선 선거 민심을 객관적으로 짚어내고 쇄신 방향을 정립할 평가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 박대출 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6.3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 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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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방선거 결과 리뷰를 위한 위원회 및 TF 등의 운영 계획이 당은 물론 원내에도 없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평가위 원내 가동 계획에 대해 “없다”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당 차원 운영 계획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개혁신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백서를 만들 계획은 없고 그를 위한 기구도 운영되는 게 없다”면서 “다만, 지방 선거 출마자를 당 대표가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간담회 결과를 보고서 형태 등으로 외부로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사태’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중요한 건 참정권 침해 문제라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은 지난달 23일 당 차원의 선관위 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6·3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반면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평가는 개별 의원(윤상현·유의동·최형두)이나 의원 그룹(대안과 모임) 차원에서만 진행됐다. 당은 외려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오는 6일 전체 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기간 전후로 당원 등으로부터 접수된 징계안을 심의하는 등 ‘징계 정치’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개혁신당도 지방선거 결과를 리뷰하는 토론회는 열지 않았다. 개혁신당은 이번 지방·재보궐선거에 모두 192명의 후보를 냈지만, 시의원 1명(김기현 화성시의원 후보)만 당선됐다.
문제는 참정권 훼손 이슈가 중요하되 여기에만 매달려서는 당의 근본 문제 논의가 실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 대응과 함께 ‘핵심 문제’도 동시다발적으로 짚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의원은 “한쪽은 선관위 TF를 돌리고 또 한쪽은 (수도권 정당이 되기 위한) 쇄신안을 만드는 식으로 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활용, 배분하는 일을 지도부가 해야 한다”면 “너무 일부에만 국한돼 있다”고 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당연히 평가해 미흡한 점을 짚어야 하는데, 공당으로서 책임을 회피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충청권 한 중진은 “선관위 대응은 선관위대로 하되 여의도연구원 등에서 당연히 선거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면서 “저번에 올라온 보고서로 갈음하려는 거 같은데, 그 보고서는 보지도 못했고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안써놨다고 한다”고 했다.
 | |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단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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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예고 없이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를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만 견줘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 42명, 광역의원 191명, 기초의원 268명이 증가했다고 써놨다. 다만, 직전 지방선거(2022년) 대비하면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8명, 기초단체장 50명, 광역의원 212명, 기초의원 158명이 모두 감소했다. 과거 백서 작업에 참여했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부 인사들이 들어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내부 말이나 반발이 수그러들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주요 정당들은 큰 선거에서 패배한 뒤 “졌지만 선방했다”는 식의 자기 위안보다 패배 원인을 해부하는 절차에 먼저 착수한다. 미국 공화당은 2012년 대선 패배 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차원의 ‘성장과 기회 프로젝트’(Growth & Opportunity Project) 패배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청년·여성·소수자 확장 실패, 데이터·디지털 역량 부족 등을 패배 원인으로 진단했다. 영국 노동당도 2019년 총선 참패 이후 ‘Labour Together’(영국의 싱크탱크) 리뷰를 통해 참패가 “오래전부터 예고된 결과”라며 리더십 불신,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입장 혼선, 공약 신뢰도, 당내 조직 문화 문제를 패인으로 짚었다. 독일 자유민주당(FDP)도 2013년 연방의회 원내 진입 실패 뒤 당 지도부 교체와 재건 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패배 부검’은 실제 재건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은 보고서 이후 데이터 조직과 디지털 선거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소수계·청년층 조직 확대에 나섰다. 이후 2014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탈환했다. 영국 노동당은 2019년 참패 뒤 리더십·브렉시트·극단 이미지 문제를 정리하고 중도 확장 노선을 강화한 끝에 2024년 총선에서 정권을 되찾았다. 독일 FDP는 2013년 원내 진입 실패 이후 크리스티안 린트너 체제로 재정비해 2017년 총선에서 10.7%를 얻어 연방의회에 복귀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국민의힘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보수 재건이고 새로운 지도부를 형성해 그를 위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라며 “선관위 문제는 법적 처리를 통해 해결하고 정치적으로도 긴 호흡에서 선거관리 시스템을 개혁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여론조사 흐름을 두고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고 반사이익”이라며 “고착화된 양당 체제에서 ‘덜 미우냐, 더 미우냐’를 가지고 판단해 벌어지는 일일 뿐”이라고 했다.
 | | (자료=리얼미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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