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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수도권 HVDC 합의에만 10년 걸려
그간 진행된 전력망 구축 사업은 대부분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 때문에 비용도 불어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지연 사례가 현재 공사 중인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 송전선로(HVDC)’다. 정부는 늘어나는 수도권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고자 강원 지역에 발전소를 짓고 이곳 전력을 수도권에 보내려 10년 전인 2015년 이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난달에서야 79개 마을과 합의를 마쳤다. 애초 2019년 착공해 2025~2026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빨라야 2029년에나 완공될 전망이다. 사업비용 역시 초기 예상한 4조 6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종착지 격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아직 하남시 인허가 단계에 막혀 있다. 한전은 주민 반발 속 사업비를 1.5배 늘려서 변전소를 건물 안에 넣는 옥내화와 함께 복합사옥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그러나 하남시는 여전히 아트센터 건립 등 추가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한전은 현재 전력망과 관련해 30여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평균 4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2003년에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했으나 결국 12년 늦은 지난해 11월에서야 마무리됐다.
주민 지원 늘려도 재원 마련 부담 여전
정부는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액을 18.5% 인상하고 지원금도 50% 늘리는 등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했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망 사업을 도맡은 공기업 한전의 재무 상황이 이를 감당하기 불가능한 상태라서다. 한전의 누적 영업적자는 31조원에 이르고 총부채는 205조원까지 불어났다. 한전법에 따라 채권 발행량은 오히려 대폭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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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결정 정부 손 떼고 지역 차등 둬야”
전문가들은 결국 전력산업 구조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독립적 위원회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 비용 왜곡을 줄이고, 지역 차등 요금제를 도입해 전력망 건설 수요 자체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도 전기위원회가 있지만 요금에 대해선 독립적으로 결정하지 못 한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함께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에너지 요금에 대한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전기·가스위원회로의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주민 수용성 문제로 전력망 건설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라며 “전력망을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지역 차등 요금제 도입으로 (전력 다소비) 기업이 (발전량이 많은) 지역으로 옮기는 유인을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이 아예 발전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한 근본적 재무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석탄·가스발전 자회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지분 100%를 보유 중인데, 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한 채 전력망 구축에 보태자는 아이디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한전의 현 재무위기는 일시적인 전기요금 인상이나 사옥·유휴부지 매각 등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5개 석탄·가스발전 자회사는 어차피 석탄발전 폐쇄와 함께 변화가 필요한 만큼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참여 등과 함께 매각을 추진한다면 요금 인상 요인을 줄인 채 재무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