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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씨는 지난해 6월 15일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로 회부되고 난 다음 날인 6월 16일에도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두 사람이 만난 지 이틀 후인 6월 18일, 대법관들은 첫 심리를 열고 이 지사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대법원 전합 심리에서 권 전 대법관은 주심 대법관이 아니었지만, 무죄 취지의 법리를 주장했고 회의를 거치며 다수 의견이 돼 전합 판결문에 반영됐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7월 16일 대법원 전합이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한 다음 날인 지난해 7월 17일 다시 대법원을 찾아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또 김 씨는 2019년 7월 16일과 지난해 3월 5일, 5월 8일과 26일, 6월 9일에 각각 권 전 대법관을 찾았다. 김씨는 전합 판결 이후인 지난해 8월 5일, 21일에 다시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권 대법관이 ‘무죄 판결’을 내면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지사 사건은 대법관 7대 5 의견으로 파기환송됐다.
권 전 대법관은 김씨가 마지막으로 방문한지 한 달도 안 된 9월 8일 퇴임했다. 이후 그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가 최근 사임했다. 고문료로는 월 1500만원 정도를 받았고,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아 변호사법 위반 논란도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해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대장동 개발이익 공공환수 공표’ 등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부딪혔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이 나오면서 기사회생했고, 내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었다.
김만배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권 전 대법관을 3~4차례 만났을 뿐이고,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 전 대법관은 동향 분이라 가끔 전화도 하는 사이여서 인사차 3~4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다”며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방문 목적은 대부분 (대법원) 청사 내에 근무하는 후배 법조팀장들을 만나거나, 단골로 다니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다”며 “출입신고서에 해당 법조팀장을 기재하면 그가 출입구까지 본인을 데리러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