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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아프간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발흐주 주도)에 이어 이날 카불과 인접한 동쪽 낭가르하르주 주도 잘랄라바드까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아프간에서 2번째와 3번째로 큰 대도시인 남부 칸다하르와 서부 헤라트는 지난 12일 탈레반에 장악됐다. 탈레반으로서는 카불을 제외한 주요 대도시를 사실상 모두 차지한 셈이다.
외부에서 카불로 연결되는 큰 도로는 총 4개인데 탈레반이 남쪽 풀-이-알람(로가르주 주도)에서 올라오는 도로 등을 장악한 데 이어 이날 잘랄라바드(낭가르하르주 주도)로 연결되는 동쪽 도로까지 차지했다. 탈레반이 지금 같은 추세로 공세를 이어간다면 나머지 도로가 봉쇄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력이 있는 주민들은 항공권을 구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공항 터미널 밖 주차장에 마련된 항공권 판매 창구에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줄이 늘어섰다. 사람들은 수하물 중량 한도에 맞춰 필요한 물품을 최대한 챙긴 모습이다. 이미 표를 구한 이들도 공항 안으로 들어가려면 다시 3시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혼란 속에 카불로 밀려드는 피란민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최근 잇달아 함락된 북부 지역 주요 도시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며칠 새 카불로 피란한 가구가 1만5000~2만 가구라고 12일 전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아프간에서 20년 간 진행해온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뒤 오는 31일을 목표로 미군 철수 작업을 진행해왔다. 미국은 탈레반이 눈 앞까지 밀고들어온 카불의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 작전에도 착수했다. 외교관들은 민감한 문서나 자료 등을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미국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계획보다 1000명 늘린 5000명의 미군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인과 동맹국 인력이 질서 있고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아프간에 5000명의 미군 배치를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