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28년 만에 주식거래세 올리는 홍콩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 밍바오 등에 따르면 홍콩은 8월 1일부터 주식거래 인지세를 0.1%에서 0.13%로 올린다. 인지세 인상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지출이 커지는 만큼, 주식거래세라도 올려 지출 일부를 상쇄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식을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인지세를 내야 한다. 만일, 100만홍콩달러(1억4000만원) 규모의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600홍콩달러(8만5000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
홍콩은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3200억홍콩달러(45조9000억원)을 지출했지만 국내총생산(GDP)는 전년보다 6.1% 줄어들었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중국의 무리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둘러싼 갈등,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은행들의 이동 등까지 겹치며 경기는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홍콩 경제에서 그나마 ‘돈이 되는’ 주식시장에서 돈을 걷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홍콩증권거래소는 115억홍콩달러(1조67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글로벌 증시 호황을 타고 전년보다 23% 늘어난 것이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홍콩증권중개인협회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조치”라면서 “업계에서는 2017년부터 인지세 삭감이나 폐기를 요청해왔는데 전혀 반대의 조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발표가 있던 지난달 24일 홍콩 항셍지수는 2.6% 빠지고 홍콩증권거래소 주가도 7.8% 가량 내렸다.
◇美 피해 홍콩 찾는 中 기업…바이두도 2차 상장
하지만 홍콩증권거래소나 홍콩정부는 태연한 모습이다. 홍콩증권거래소 대변인은 “인상 결정이 실망스럽긴 하지만 정부 세수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중요한 세수 출처라는 걸 이해한다”면서 “홍콩자본시장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주식거래세를 높이더라도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투자자들도 유입될 것이란 기대 탓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 자금도 홍콩증시를 연이어 사들이고 있다. 둥팡차이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260억위안(39조2300억원), 2019년 3860억위안(67조원)에 불과했던 중국 본토자금의 홍콩증시 유입은 2020년 8400억위안(145조9700억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미국에서 중국 IT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기업들이 홍콩으로 상장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홍콩증권거래소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기업인 바이두의 2차 상장을 승인했다. 뉴욕에 이미 상장돼 있는 바이두는 홍콩거래소에서 2차 상장을 통해 최대 35억달러(3조9000억원)을 조달할 전망이다. 씨트립과 핀둬둬, 비리비리 등도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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