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몽니에 美 실업수당 못받나…정부 셧다운도 초읽기

권소현 기자I 2020.12.26 16:50:18

성탄절 골프 즐기면서 코로나 부양책 서명은 계속 미뤄
"1인당 지원금 지급액 늘려라" 요구
26일 추가 실업수당 지급 못해…29일은 정부 폐쇄될 수도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내 수백만 명의 실업자에 대한 추가 실업수당 지급이 막히고 연방정부는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부양안에 서명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리조트에 대통령 경호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측근인 공화당 상원의원 린지 그래이엄과 골프를 즐기면서 보냈다. 백악관 실무자들은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5600페이지에 달하는 법안을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로 보냈지만 아직 서명은 하지 않은 상태다.

미 의회가 수개월간 협상 끝에 합의한 코로나 추가 부양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있으면 바로 집행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안에 비난을 쏟아내며 서명을 미루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코로나 부양책과 연방예산안에 대해 대통령 서명을 받지 못하면 당장 26일부터 14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추가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의회가 합의한 부양안에는 연소득 7만5000달러 미만 미국인에게 1인당 600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실직자에게는 추가로 내년 3월14일까지 주당 300달러의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29일에는 연방정부가 폐쇄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1명당 지급하기로 한 600달러가 적다고 주장하면서 1인당 2000달러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정치인들이 왜 2000달러가 아니라 600달러만을 미국인에게 주고 싶어할까”라며 “이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중국의 잘못이다. 우리 미국인들에게 돈을 줘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지난해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만큼 중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와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것인지, 공식 거부권을 발동할 것인지, 서명하지 않은 채로 둘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시간만 끌 경우 법안이 자동으로 폐기되는 ‘포켓 거부권’(pocket veto)이 발동될 수 있다. 이 경우 지난달 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의원들로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면 다시 부양안을 상정하고 의결해야 한다. 다음달 21일이면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하고 조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낸시 팰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오는 28일 하원을 다시 소집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는 2000달러 규모의 지원금 지급안에 대해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의회는 또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임시예산 지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수도 있다.

한편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3~1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80만3000건으로 전주 대비 8만9000건 줄었다. 3주 만에 감소한 것으로 예상치였던 88만건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팬데믹 이전 주간 신규 실업자수가 20만명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 고용사정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지출은 전월대비 0.4% 감소해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미국 경제상황은 위축된 상태다.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경제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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