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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목(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현재 시점의 국내 제약업계를 ‘숱한 실패의 경험이 응축한 폭발 직전의 화산’이라고 비유했다. 화산이 폭발하기 위해서는 마그마가 모여야 하는 것처럼 수십년에 걸친 연구·개발(R&D)의 경험이 쌓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곧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은 1999년 SK케미칼(285130)의 항암제 선플라를 시작으로 지난해 CJ헬스케어의 위염치료제 케이캡까지 30개나 된다. 하지만 이 중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 제미글로(LG화학(051910)), 카나브(보령제약(003850))도 아직 매출이 1000억원이 안 된다. 원 회장은 “각 제약사의 연구역량이 커졌고 최근 수년 간 업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체질이 완전히 개선된 만큼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며 “2025년 글로벌 매출 1조원 달성 국산 신약 등장, 2030년 매출 10조원 달성 제약사 출현, 2035년 의약품 수출액 100조원 달성은 결코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제약업계를 바라보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달라진 시각을 주목해야 한다고 원 회장은 말했다. 과거에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으로 자신들과 경쟁하는 관계였지만 이제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협력하는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유한양행이나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사례가 앞으로는 더 많이 진행될 것”이라며 “후보물질 도출부터 상업화까지 한 제약사가 모두 다 도맡던 시대가 아닌 만큼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간 오픈 이노베이션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의 지원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정부가 그런 의지가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아직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업계 목소리”라며 “국산 혁신신약 우대 요건 마련이나 세제혜택 등 구체적인 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수출 성공 후 받게 되는 기술료에 대해 세제혜택을 준다던가 R&D 자산화 시 기업이 R&D를 촉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방안 등 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강조했다.
원 회장은 “제약산업 육성은 어느 한 부처가 목소리를 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범부처 자원에서 접근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제약업에 대한 국가 R&D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