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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오는 30일 ‘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열리는 가운데 법무부는 이미 가상통화 전면 금지안을 담은 규제안 초안을 관련 부처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관계기관 합동 TF에 참석하는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주에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 방안을 담은 보도자료를 가져왔다”며 “그렇게 발표를 하려고 관계기관의 의견 조회를 요청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 법무부 “전면금지밖에 방법 없다”
법무부가 가상화폐 전면 금지라는 초강력 카드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거래 전면 금지라는 초강력 규제책밖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내부의 가상화폐 대책 TF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거래 전면금지가 가능하느냐, 불가능하느냐의 문제보다 가상화폐 거래 행태를 어떻게 보느냐”라며 “현재 유통되는 가상화폐의 거래 행태는 기본적으로 투기”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보낸 가상화페 거래 전면 금지안에는 국내 거래소 폐쇄 등의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온라인 쇼핑몰처럼 통신판매업자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의 가상화폐 전면금지 입장이 최종적으로 정부 부처 내에서 어떻게 조율될지는 미지수다. 다른 관계부처들도 가상화폐의 투기성에 우려를 표하면서 강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규제 수위를 두고는 온도차가 감지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업(자)를 유사수신업(자)으로 규정해 ‘원칙 불법 예외 허용’으로 다룬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유사수신으로 다루겠다는 것은 거래 전면금지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규제안으로 마련한 정부입법안 초안은 “가상통화거래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치금의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용자 실명확인,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등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이용자를 위해 일정한 보호장치를 마련해 운영하는 경우 적용을 제외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 법무부, 기재부·금융위와 온도차
금융위뿐만이 아니다. 기재부도 법무부의 전면거래 금지 스탠스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실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상화폐와 관련, “투자자 보호와 투자 과열과 관련해 한편에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또 한편으로 보면 금융이나 거래에 있어서 혁신인 측면도 없지 않다”며 “두 가지 측면을 (함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한 가지로 평가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경제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가상화폐 규제 최종안으로 거래 전면 금지가 채택되려면 기존 투자자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정부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만 봐도 현재 가상화폐 거래자는 국내에서만 100만명 이상에 이르렀다. 시장 유입 금액도 수십조원에 달한다. 국내 거래 자체가 전면 금지될 경우 가상화폐 가치가 급락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 규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는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국가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베트남 정도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상화폐 규제안은 정부 부처내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특정 부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갈라파고스 규제: 세상과 단절돼 독특한 동ㆍ식물 구성을 이룬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처럼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동떨어진 특정지역에만 있는 규제를 뜻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