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기자는 지난 여름 E38 7 시리즈 한대를 소유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BMW의 행보나 방향을 조금 더 신경 쓰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내린 결론은 바로 ‘BMW의 M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로를 살펴보면 아마도 대부분의 BMW에 M 엠블럼이 새겨져 있는 걸 볼 수 있고, 어느새 디젤 모델에도 M을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기자의 BMW에도 M 엠블럼이 더해진 휠이 장착되어 있다. 어쨌든, 이렇게 M이 난립하는 것이 과연 BMW에게 어떤 효과를 줄지,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어쨌든 이런 생각을 하던 차, 오랜만에 ‘제대로 된 M’, M2 쿠페를 시승하게 됐다.위안을 전하는 M2 쿠페M이 난립하고 있는 지금, BMW의 M은 어쩌면 ‘그냥 조금 더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전락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BMW M2 쿠페는 콤팩트 스포츠 쿠페 그리고 M이 갖춰야 할 소양을 충실히 이행한다.
이러한 노력은 짧은 전장과 전장 대비 넓은 전폭이 드러난다. 실제 M2 쿠페의 전장은 4,468mm에 불과하며 전폭은 1,854mm로 중형 급에 이르는 상위 체급의 차량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전폭이 돋보인다. 여기에 1,410mm의 낮은 전고가 어우러지며 더욱 역동적이고 과감한 프로포션이 돋보인다. 한편 M2 쿠페의 휠 베이스는 2,693mm이며 공차 중량은 1,590kg이다.
이런 절묘한 비례 아래 그려진 차체는 한껏 볼륨감을 살린 M2 쿠페 고유의 바디킷으로 대표된다. 상위의 M보다는 다소 절제된 모습이지만 충분히 카리스마가 돋보이며 개인적으로 ‘전작’이라 할 수 있는 1M과 비교한다면 훨씬 완성도 높고 매력적인 모습이라 단언할 자신이 있다.
측면 디자인은 제법 차분한 편이다. M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트렁크 리드 끝에 더해진 립 타입의 카본 파이버 리어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와 펜더 그리고 19인치 M2 쿠페 전용 듀얼 스포크 19인치 알루미늄 단조 휠이 스포츠 모델의 존재감을 완성한다.
혹자가 M2 쿠페의 디자인이 다소 밋밋하다고 하는데, 기자는 개인적으로 이 모습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애초에 M2라는 이름 자체가 2 시리즈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며 BMW는 나름대로 과감한 터치와 볼륨감이 돋보이는 프론트 범퍼, 사이드 스커트 그리고 리어 범퍼와 M 브랜드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하지 않은, 약간의 ‘티’만 낸 이 모습이야 말로 최근 BMW가 조금은 잊고 있던 원래의 모습이라 생각이 되었다. 지금의 BMW는 어쩌면 과거의 BMW가 가지고 있던 그 모습보다 한층 기름지고 과장된 느낌이라, 되려 이 M2 쿠페를 보고 있자면 ‘오리지널 M3’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M의 목적, 드라이빙M2 쿠페는 M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외형부터 달리기 실력이 자신 있다는 모습이다. 사실 이전의 두 번의 시승기와 한 번의 튜닝카 시승기(다시 한 번 차량을 준비해준 YLK오토모티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를 통해 매력적인 주행 성능을 경험했지만, 결국 이 녀석을 가장 쉽고,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드라이빙에 있다.
이번 시승 역시 드라이빙 쪽으로 무게 추를 옮겼다.
아쉽지만, 만족할 수 있는 M2 쿠페의 심장BMW M2 쿠페의 보닛 아래에는 반가운 직렬 6기통 3.0L M 트윈파워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정통M의 계보라고는 하지만 이제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명함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 어든, 최고 출력 370마력과 터보 기술을 바탕으로 1,400RPM부터 5,560RPM에 이르는 넓은 영역에서 최대 47.4kg.m의 토크를 낸다.(오버부스트 시 최대 50.9kg.m)
M2 쿠페의 출력은 BMW M만을 위해 개발된 M DCT를 통해 후륜으로 전달되는데, 빠르고 직결감이 돋보이는 7단의 M DCT는 레브 매칭 기능을 더해져 드라이빙의 감성을 더욱 강조한다. 이를 통해 M2 쿠페는 단 4.3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며, 최고 속도는 250km/h이다.
여기서 잠시, 두 대의 차량이 기자의 머리 속을 채운다.그 주인공은 바로 ‘약 빤 가격’으로 유명한 쉐보레의 카마로 SS와 ‘M 킬러’ ATS-V다. 물론 이와 함께 V8 엔진을 탑재한 머슬 쿠페의 아이콘, ‘포드 머스탱 GT’도 빼놓을 수 없겠다. 사실 이 차량들은 모두 400마력 대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M2보다는 M3 세단이나 M4 쿠페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으나 7,390만원의 가격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작은 차체, 만족스러운 출력을 과시하는 M2 쿠페시동을 걸자 보닛 아래 6기통 엔진은 아이들링 때에는 과격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보다는 차분하게 숨을 고른다. 고성능 모델임을 과시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경박하게 좌중을 집중시키거나 불필요한 사운드를 내지르는 편은 아니다.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라 타협을 잘했다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은 확실히 엔트리 M이라는 느낌이 드는 점이다. 사실 M3 세단이나 M4 쿠페의 경우 엔진, 서스펜션, 변속기 등 다양한 부분을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M2는 일반적인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기능으로 차량을 조율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 부분은 분명 M의 가치에는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다.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풍부한 출력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주행 성능이 드러난다. 맞다. 단도직입적으로 M2 쿠페는 잘 달린다.
그리고 강렬하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며 발진 가속력을 확인해보면 상위 모델인 M3, M4와 다른 반응이 느껴진다. M2 쿠페는 출력은 상위 M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차량의 무게 부분에서는 한층 가볍다는 점을 이용해 기민하고 매끄럽게 가속하는 모습이다.
다만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다. 강렬한 사운드를 내지르며 RPM을 끌어 올리더라도 스릴 넘치는, 혹은 서늘할 정도로 강렬한 가속력을 느끼긴 어렵다. 이는 400마력의 벽을 넘지 못한 한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신 매끄럽고 거침 없는 감각으로 또 다른 가속의 즐거움을 전하는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변속기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7단 M DCT은 말 그대로 ‘빠르고, 똑똑한’ 변속기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개성이 그대로 그러나는 변속기라 할 수 있는데, 변속을 위해 출력이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순간 체결감이나 출력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 ‘스포츠 모델’에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그대로 일상에서도 큰 무리 없는 감각을 선사한다.
기본적으로는 2,000~3,000RPM 영역 대에서 빠른 변속을 통해 합리적인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습이지만 운전자가 조금이라도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을 때라면 곧바로 RPM을 넉넉하게 쓰는 모습이 돋보인다. 특히 추월과 같이 주행 중 가속이 필요할 때에는 빠른 킥다운을 통해 엔진의 최대 출력을 기민하게 끌어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시승을 위해 시트에 몸을 맡기는 순간 머리 속은 ‘물음표’로 채워졌다. M의 시트에서 이런 이질감을 느낄 줄은 몰랐다. 특히 가장 아쉬운 대목은 바로 시트의 높이였다. 가장 낮은 단게로 시트를 낮추더라도 높다는 생각이 좀처럼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작은 차량이라 포지션 확보가 어려웠을지 몰라도, M이었다면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대목이었다.
다시 주행으로 돌아오면, 폭발적이진 않아도 매끄럽고 기민한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 모델이라고 한다면 막연하게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무척 무겁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M2 쿠페는 그렇게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기에 BMW 특유의 빠른 조향 반응과 노면과 조향에 대한 피드백이 명료하게 느껴지는 점은 ‘스포츠 모델’에게는 최적의 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여유도 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노면의 자잘한 균열이나 거친 표면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의 롤링이나 피칭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로 선택할 경우에는 견고함을 앞세운다. 이 때에는 역동적인 감각을 위해 차량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절제하려는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달라진 건 하체의 움직임만이 아니다. 컴포트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변경될 경우 하체의 견고함과 함께 엔진 사운드가 한 겹 더해지며 더욱 풍부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발진 및 가속 시에 RPM을 넉넉하게 쓰며 변속 타이밍을 늦추는 셋업도 더해져 운전자에게 체감 되는 출력을 강조했다.
여기에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할 때에는 킥 다운을 통해 엔진이 언제든 최고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조율하며 주행 안전의 제어 역시 트랙션 컨트롤 부분을 하제하여 후륜의 슬립을 일정부분 허용하여 운전자에게 M2 쿠페의 출력을 통해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구성은 BMW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정형적’인 구성이지만 언제나 만족도가 높은 구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차량을 잠시 세웠다. 충분히 빠르고, 충분히 즐거웠다.할인을 떠나서, 가장 저렴한 M인 만큼 감수해야 할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M의 엠블럼이 아깝지 않을 우수한 차량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천천히 M2 쿠페를 살펴 보았고, 드라이빙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M2 쿠페가 가진 매력과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이번 시승 차량에는 M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이 탑재되어 있다. 일반적인 스티어링 휠과 달리 알칸타라를 더하고 12시 방향에 계측기, 그리고 그 좌우에 쉬프트 인디케이터가 적용된 것이 특징인데, 이를 통해 제로백(0>100km/h)과 쿼터 마일(400m) 그리고 트랙에서의 랩 타임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재미있는 점은 4,000RPM은 되어야 쉬프트 인디케이터의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는 점이다.
시트 포지션에 대해 불만을 표했는데, 사실 2열 공간을 보면 그 불만도 덜해진다. 사실 M2 쿠페의 2열 공간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물론 2열 헤드룸, 레그룸이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관상용 시트’가 아니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자보고 2열 시트에 앉으라는 건 절대 거절하고 싶다.
끝으로 센터페시아 상단의 디스플레이가 최신 BMW의 것으로 변경되었다. 솔직히 새로운 디스플레이 구성을 보고 터치 조작이 가능할지 손으로 눌러보긴 했지만 아쉽게도 터치 기능까지는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사용성이 한층 개선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분에 내비게이션이나 블루투스 사용이 훨씬 간편해져 만족스러웠다.
좋은점: 컴팩트한 차체와 우수한 파워트레인이 연출하는 뛰어난 드라이빙
안좋은점: 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가격과 다소 부족한 M의 디테일
BMW 컴팩트 스포츠 쿠페의 적통이번 시승을 통해 M2 쿠페의 모든 것을 100%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방향성은 충분히 이해했다. 특히 최근의 기름진 BMW가 놓치고 있던 컴팩트 스포츠 쿠페가 어떤 성향이어야 하는지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M3의 체격이 커진 지금, 콤팩트 스포츠 쿠페의 적통자로 태어난 M2 쿠페는 분명 생동감 넘치고 경쾌한 드라이빙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