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국내 600만 자영업자들이 지급한 신용카드 가맹수수료가 카드사와 밴사를 거쳐 아무런 제재없이 대기업의 금고로 들어가고 있다. 이데일리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밴사 리베이트가 낳은 문제점과 대안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신용카드 승인이나 전표매입 등을 담당하는 밴(VAN)사들이 지난 3년간 카드사에서 받은 수수료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주유소, 프랜차이즈 본사 등 대기업에 리베이트로 건네진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10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신한·삼성·현대·국민·롯데·하나SK 등 전업카드 6개사의 밴사 수수료 지급내역을 보면 이들 카드사가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밴사에 제공한 수수료는 총 1조6646억원에 달했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결제정보를 중개해주거나 카드사의 가맹점 관리 등을 대행해주고 그 대가로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고객이 카드로 결제할 때 승인요청이나 승인거부 등이 밴사의 전산망을 통해 이뤄진다. 현재 국내 밴사는 17곳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수수료는 지난 2010년 4727억원, 2011년 5577억원, 2012년 6342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용이 매년 20%씩 늘면서 밴사가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입도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대기업에 흘러가고 있다는 게 카드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밴사는 카드결제 금액에 상관없이 카드사로부터 건당 80~170원의 밴수수료를 받는다. 이 가운데 40~100원이 전산지원비나 유지보수비 등의 명목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 대기업에 리베이트로 흘러간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농협 하나로마트는 지난해 146억원, 33억원, 23억원을 각각 밴사로부터 받았고,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편의점은 총 510억원의 리베이트를 챙겼다.
그나마 대형마트는 카드결제금액의 2% 정도인 결제수수료를 본사가 부담하지만 편의점과 커피숍, 빵집 등 프랜차이즈는 개별 가맹점주가 결제수수료를 내는 구조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카드 가맹수수료(결제수수료)는 가맹점주가 내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리베이트는 본사가 독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본지 8월7일자 1·3면 참조>
공정위는 올해 3월 밴사의 리베이트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대형가맹점이 밴사를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에 과징금 3억7600만원을 부과했을 뿐 밴사와 대형가맹점 사이에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리베이트 관행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신규계약에 한해 현금 리베이트를 금지했을 뿐 기존 계약에 따라 제공되는 리베이트나 신규 장비지원, 시설제공 등은 제재대상에서 뺐다”며 “그 결과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의 편법을 사용해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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