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전 세계 증시가 약세를 보였던 지난 3분기(7~9월) 동안 에너지 관련 기업에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핏은 지난 3월 말 현재 1750만주였던 미국 석유 생산업체인 코노코필립스의 주식을 지난 3분기에 8300만주로 늘리며 최대주주가 됐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버핏은 또 은행주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지분을 줄이는 대신 미국 내 두 번째 전력생산업체인 NRG에너지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월가(街)에서는 지난해 중국의 석유생산업체인 페트로차이나 주식을 매각해 창사 이래 최대 순익을 올렸던 버핏이 다시금 에너지 관련 주식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헤지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제프 매튜스는 "버핏은 수십 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며 "앞으로 석유 생산량은 줄어들지만, 중국 경제가 미국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지금의 두 배에 이를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은 지금보다 25% 증가한 하루 1억6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버핏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주식엔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투자철학 덕분에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참사를 피해갈 수 있었다. 이번에 버핏이 지분을 늘리고 있는 기업들도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테마주로 뜨고 있는 대체 에너지가 아닌 전통적인 에너지 관련주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투자자문사 대표인 마이클 요시카미는 "(전통적)에너지 분야는 버핏이 늘 추구하는 안정성을 갖춘 산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