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흔히들 배추는 '고랭지 배추가 으뜸'이라고들 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소리다. 서울 가락수산시장에서 농산물 도·소매를 하는 '선일상사' 김동출 사장은 "지금부터 김장철까지는 해남에서 올라오는 배추가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해남은) 토양이 좋다 보니 육질이 부드럽고 달아요. 고랭지 배추는 6월부터 여름에 나지요. 강원도와 경기 북부에서 나는데, 영월 것이 제일 낫습니다. 고랭지 배추는 가을 전까지가 좋습니다. 9~11월에는 경기와 충청 지방 배추가 올라오고, 2월부터 6월 초까지는 제주 저장배추가 올라오지요."
아담한 배추가 좋다. 2.5~3㎏ 나가는, 반으로 갈라 쓰면 되는 배추가 알맞다. 4쪽으로 잘라야 하는 배추는 너무 크다. 너무 큰 배추는 수분이 많아 잘 무르고 덜 고소하고 뻣뻣하다. 속이 너무 꽉 차도 좋지 않다. 뻣뻣하고 김치양념을 채우기 힘들다. 80% 정도 찬 배추가 좋다.
위에서 봤을 때 장미꽃 모양으로 모아져 속이 안 보이는 묵직한 배추가 좋다. 줄기 흰 부분을 눌렀을 때 단단하면 좋다. 김동출씨는 "배추 뿌리를 보면 속이 어떨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뿌리가 안으로 쑥 들어간 배추는 결이 두꺼워요. 뿌리가 겉으로 빠진 배추는 속이 시퍼렇고요. 적당한 모양새의 배추가 쪼개보면 좋아요. 일반 소비자들은 봐도 쉽게 알 수 없겠지만요."
올해는 배추 풍년이라 가격이 폭락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김동출씨는 "다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좋은 배추는 요즘 가락시장에서 한 통에 1500~1600원에 경매됩니다. 소매는 포기당 2000~2500원쯤이겠죠."
무는 1㎏쯤 나가는 중간 크기 조선무가 김장용으로 알맞다. '봉우리김치' 이하연 대표는 "묵직하고 단단해야 수분이 적당하고 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장철에는 특별히 산지를 따질 필요가 없을 만큼 무가 다 맛있어요. 겨울부터 5월까지는 제주산 무가 좋아요. 달고 아삭해요. 6~7월에는 무가 맛도 없고 가격도 비싸서 아예 넣지 않고, 8월부터 가을까지는 고랭지 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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