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업계의 비극은 이제 시작된다고 입을 모은다. 공매도 금지 등 당국 시장안정책의 타깃으로 지목된데다, 위축된 투자심리로 투자자금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각) 새로운 규정과 위축된 투자자들이 헤지펀드 업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 헤지펀드, `악재 속에도 잘 버텼다`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헤지펀드 업계에 2008년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한 해. 10년래 최악 수준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기업 경영진들이 주가 폭락의 주범으로 헤지펀드를 맹비난하고 있다.
28억달러 규모의 상품 펀드인 오스프레이(Ospraie) 펀드가 청산됐고, 헤지펀드의 평균 손실이 5%를 기록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350개의 헤지펀드사들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10년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파산과 같이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방`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마크 유스코 모간크릭캐피탈 수석투자책임자(CIO)는 "리먼과 AIG에 비할 때 오스프레이의 손실은 분명히 작고 헤지펀드 산업은 상대적으로 잘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 공매도 금지는 불행의 시작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공매도 금지`에 공조함에 따라 사정은 급격하게 달라질 전망이다. 그간 비교적 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롭던 헤지펀드는 갑작스런 규제 폭탄을 맞아 아연실색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했다가 나중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 싼 값에 사서 빚을 갚는 투자 기법으로, 헤지펀드가 약세장에서도 엄청난 수익을 내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미 정부 등 시장 안정조치에 나선 정부들이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헤지펀드가 월가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분위기. 관련기사☞`공매도 금지 봇물..헤지펀드가 `공공의 적`?
이에 따라 오른팔을 잃은 헤지펀드 업계의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매도 금지 조치에 지난 주 후반 주가 급등까지 겹쳐, 갑작스레 포지션을 청산해야 했던 헤지펀드들의 손실이 컸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를 못하는 헤지펀드가 무슨 헤지펀드냐"며 "당국의 규제로 인해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징전략을 세우기가 더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 IB와 투자심리의 종말
IB의 종말과 위축된 투자심리도 헤지펀드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IB 빅5`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은행지주 형태로 전환되면 헤지펀드 업계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헤네시스 그룹의 찰스 그란덴트는 "골드만과 모간이 새로 정부의 규제 하에 놓이면서 자금 운용이 까다로워 질 것"이라며 "결국 헤지펀드들로의 큰 자금줄이 끊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안드레이 크레스키 탁티커스캐피탈 대표 또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본에 접근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매우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월가위기로 투심이 완전히 얼어붙어 헤지펀드의 돈줄인 갑부들마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는 분위기다. 투자 비법(?)에 돈줄까지 잃어버린 헤지펀드는 이래저래 분투할 수 밖에 없다.
제드 와이어 모간루이스 로펌 파트너는 "투자자들이 점점 더 주식에 대한 노출을 두려워하게 됐다"며 하반기에 다수의 헤지펀드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