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미의 신작 <바리>(13~16일 아르코예술극장)는 버림받는 이유부터 바꿨다. 딸이라서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지닌 자웅동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리>에서는 안은미와 남성 무용수가 함께 바리를 연기한다. “딸이기 때문에 버려진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아요. 제 작품에서 바리는 버려진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정치적 난민일수도, 굶어죽는 아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바리>는 그들을 위한 한판 굿이에요.”
어지러운 야광색 한복에 한 가득 들어앉은 검정 땡땡이 무늬와 무용수들이 손에 든 비닐 우산까지. 안은미가 직접 디자인한 의상만으로도 <바리>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안은미는 “네모보다 훨씬 복잡한 차원을 담고 있어서 땡땡이를 좋아한다. 의상 뿐 아니라 세트도 땡땡이 천국이 될 것”이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원로 평론가 박용구가 대본을 썼고, 어어부밴드의 장영규가 음악을 만들었다. 8명의 무용수에 소리꾼과 국악 연주자들이 5명씩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바리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지옥으로 들어가는 데서 끝나는 ‘이승편’이다. ‘저승편’은 2년 후에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안은미는 노처녀 춘향에다 이몽룡과 변사또의 동성애까지 집어넣은 <신 춘향>으로 지난해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고전을 비튼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바리> 이후에는 <심청>을 구상 중이다.
그는 “어떤 틀 안에서 재창조를 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지만, <신 춘향>을 하면서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통을 재해석해야 우리의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다. 새로운 것만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02) 760-4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