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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반도체 美 가는 길, 中서 아세안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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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기자I 2026.09.13 12: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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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수출서 아세안 경유 비중 4.9→8.3%
반도체는 18.6%로 중국 경유 비중 웃돌아
美 우회수출·원산지 규제 강화 땐 국내도 충격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미·중 갈등 이후 한국산 반도체와 전자 부품이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간접 수출 경로에서 중국의 비중은 줄고 베트남 등 아세안 생산기지의 역할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급망이 다변화돼 미·중 갈등에 대응할 여지는 커졌지만, 미국이 아세안을 통한 우회 수출이나 원산지 규제를 강화할 경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물론 국내 중간재 업체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한국은행 아태경제팀이 13일 발표한 ‘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 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만들어져 미국에서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제품 가운데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비중은 10.7%에서 6.8%로 줄었다.

반면 베트남과 인드 등 아세안 5국을 거치는 비중은 4.9%에서 8.3%로 커졌다.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곧바로 수출된 비중은 2016년 73.1%에서 2022년 72.4%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과 미국의 직접적인 교역 관계는 유지되는 가운데 제3국을 거치는 공급망의 길목이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등이 포함된 컴퓨터·전자·광학기기에서 더욱 뚜렷했다. 이 업종에서 아세안 5국을 거쳐 미국의 최종 소비와 투자로 이어진 비중은 2022년 18.6%까지 높아져 중국을 거친 비중(17%)을 넘어섰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분업도 강화됐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수출된 컴퓨터·전자·광학기기 가운데 미국의 최종 소비·투자에 사용된 비중은 2016년 12.8%에서 2022년 21.0%로 상승했다. 베트남을 거쳐 중국에서 최종적으로 소비된 비중도 11.2%에서 19.4%로 높아졌다.

이는 한국에서 생산한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 중간재를 베트남이 들여와 가공·조립한 뒤 미국이나 중국 등 최종 시장으로 내보내는 생산 분업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같은 공급망 재편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정선영 아태경제팀장은 “최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AI 공급망에서 역할을 하는 국가들의 수출이 좋은 점을 보면 글로벌 연계가 계속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한은은 아세안 생산망 확대가 한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생산·수출 경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지만 현지에서 발생한 통상 문제가 한국으로 번질 위험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세안 국가를 상대로 우회 수출 조사나 원산지 규정 등을 강화하면 현지에서 제품을 만드는 한국 기업은 물론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내 업체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 팀장은 “아세안 생산망은 경제적 연계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통로로 작용하지만 그만큼 감수해야 할 잠재적 위험도 커졌다”며 “한국에 직접 가해지는 관세 압력뿐 아니라 아세안에서 발생한 충격이 국내로 간접적으로 파급될 수 있어 관리해야 할 위험의 범위와 정도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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