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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오라클發 AI 투자 회의론에 나스닥 1.7%↓…3년물 금리 급등[월스트리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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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5.12.13 07:09:57

오라클 데이터센터 지연에 브로드컴 실적 부담…AI주↓
美30년물 국채금리, 9월 이후 최고치…장·단기 금리차 확대
트럼프 “파월 후임, 워시·해싯 기울어..금리 나랑 상담해야"
분산 투자 주목…골드만삭스 “韓 日 등 아시아 시장 유망”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12일(현지시간) 올해 상승장을 주도해온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일제히 하락했다. 장기 인플레이션 우려에 30년물 국채금리는 급등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다소 위축시켰다.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51% 빠진 4만8458.05를,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7% 하락한 6827.4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69% 하락한 2만3195.169에 장을 마쳤다.

오라클 데이터센터 지연에 브로드컴 실적 부담 겹쳐 AI주 급락

시장 조정의 중심에는 AI 대장주들이 있었다. 브로드컴은 매출 전망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 속에 주가가 11.4% 급락했고, 이는 엔비디아(-3.27%) 등 경쟁 업체들로 낙폭이 확산됐다.

앞서 오라클(-4.5%)이 대규모 자본 지출 증가와 수익 회수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이후 AI 투자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졌고, 일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지연 보도까지 더해지며 AI 관련 매도세가 강화됐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력과 자재 부족으로 오라클이 오픈AI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2027년이 아닌 2028년에 완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라클 대변인은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부지 선정과 구축 일정은 계약 체결 이후 오픈AI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설정됐고, 양측이 공동으로 합의한 것”이라며 “계약 이행에 필요한 모든 이정표는 예정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픈AI를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가동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오픈AI는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연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행될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오픈AI와 최소 10기가와트(GW) 규모의 장비 공급을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으며, 1단계 사업은 2026년 하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엔비디아는 11월 공시에서 “오픈AI 관련 사업과 관련해 확정적인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밝혔다.

혹 탄 브로드컴 CEO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오픈AI 관련 논의는 2027~2029년에 걸쳐 10기가와트 규모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2026년에는 실질적인 매출 기여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I 투자 회의론이 다시 커지며 AMD(-4.8%), 마이크론(-6.7%),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2.1%) 등 AI 반도체 및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번 매도세는 기술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 수혜주로 꼽혀온 콘스텔레이션 에너지(-7.1%), 비스트라(-2.6%), GE 버노바(-4.6%), 커민스(-2.6%) 등 전력 관련 종목들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자금은 상대적으로 금융, 헬스케어, 산업재 등 가치주와 방어적 업종으로 이동했다. 비자(0.6%), 마스터카드(1.5%), 유나이티드헬스 그룹(1.5%), GE 에어로스페이스(3.9%) 등이 상승 마감했다.

나벨리어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버블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식어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오픈AI 관련 계약에 대한 우려가 추가 상승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美30년물 국채금리, 연준 여파에 9월 이후 최고치…장·단기 금리차 확대

이번 조정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주 세 번째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형성됐던 낙관론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연준이 2026년 금리 인하 전망을 한 차례로 유지한 가운데,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장기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30년물 국채 금리가 9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5.9bp(1bp=0.01%포인트) 상승한 4.849%를 기록해 9월 5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2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0.6bp 하락했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지난 10일 약 8bp 급락한 이후 주간 기준으로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3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내년 추가 인하 기대는 단기 국채 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장기물에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턴 굴스비 총재와 캔자스시티 연은의 제프리 슈미드 총재는 금요일 발표한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이번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마켓라이브의 에드워드 해리슨 매크로 전략가는 “시장은 2026년 말까지 두 차례 0.25%포인트 인하를 여전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굴스비 총재의 발언은 국채 시장에 하방 리스크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내년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는 클리블랜드 연은의 베스 해맥 총재도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찰스슈왑의 조 마촐라 수석 트레이딩 전략가는 “최근 과열됐던 랠리 이후 월가가 잠시 숨을 고르는 하루로 보인다”며 “주요 경제지표와 실적 발표가 많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다음 주 고용보고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는 보합세로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05% 오른 98.39를 기록했다.

달러는 이틀 연속 하락하며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16달러(0.28%) 내린 배럴당 57.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자 유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파월 후임에 워시·해싯 기울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워시 전 이사를 최우선 후보로 거론했다. 그는 “그렇다, 그렇게 생각한다(I think he is)”며 “케빈과 케빈, 두 사람 모두 훌륭하다(I think the two Kevins are great)”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사람들이 몇 명 더 있다”고 덧붙였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사진=AFP)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 인선을 이미 정한 듯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해싯 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부상해 왔으나, 이번 발언으로 워시 전 이사 역시 여전히 강력한 경쟁자임이 다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워시)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이야기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차기 연준 의장이 금리 수준을 결정할 때 대통령과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흔히 있던 일”이라며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말하는 대로 그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나는 똑똑한 목소리이며, 내 의견은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1년 뒤 바람직한 기준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1% 또는 그보다 더 낮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30조 달러에 달하는 미 정부 부채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시 전 이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경제 자문을 맡았으며, 2006~2011년 연준 이사로 재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도 워시 전 이사를 연준 의장 후보로 검토했으나, 당시 완화적 통화정책을 공개 지지했던 파월 의장을 선택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하며 해임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분산 투자 주목…골드만삭스 “韓 日 中 등 아시아 시장 유망”

시장에서는 분산 투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올해 내내 기술 대형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과 대규모 자본 지출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이 다른 지역과 테마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윌슨은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분산 투자가 주식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자 대가”라며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과 신흥국을 유망 투자처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2026년 S&P500 목표치를 7600선으로 재확인하며, 현 수준 대비 약 10%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RBC캐피털마켓 등도 미국 증시가 10% 이상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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